아이폰 없는 직장인은 서럽다

입력 2009-12-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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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들끼리만 공감대 형성…아이폰 구매 어려운 IT업체도 다수

<외국계 IT업체에서 근무하는 김은애(가명·35) 차장은 최근 남편과 부부싸움에 한창이다. 4개월 전 남편이 생일선물로 사준 70만원대 초콜릿폰 때문이다. 제품 자체는 마음에 들지만 직장에서 아이폰을 구매한 직원들이 끼리끼리 어울리면서 소외감을 톡톡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흥미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하면 그 경험담을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리는 등 IT직원다운 면모를 한껏 과시하고 있다.

김 차장은 당장이라도 휴대폰을 바꾸고 싶지만 약정기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다. 하지만 약정이 끝나는 내년에는 꼭 구글 안드로이드폰을 사겠다며 벼르고 있다. 아이폰이 없어 겪었던 설움을 안드로이드폰으로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차장처럼 아이폰 열풍으로 설움을 겪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직원들과 사용하지 않는 직원들로 뚜렷이 나눠지면서 생겨난 촌극이다. 아이폰 미사용자들은 아이폰 사용자와의 대화에 끼어보려 노력하지만 번번이 헛수고다.

김 차장이 근무하는 외국계 IT업체는 직원 수가 40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이중 절반 이상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사용자는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싼 가격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마음껏 내려 받을 수 있고, 각종 설정과 기능을 통해 자신에게 최적화된 아이폰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김 차장은 “30대 남자 개발자들이 특히 아이폰을 선호하고 있다”며 “아이폰의 특징인 개방성에 높은 점수를 쳐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은 아이폰을 가진 자와 안 가진 자로 나눠진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회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최신 기술 트랜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IT업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IT기술의 숙련도가 높고 적응이 빠른 직원들이 많다보니 아이폰에 대한 반응도 뜨거운 편이다.

하지만 회사 사정상 아이폰 구매가 쉽지 않은 곳이 있다. SK텔레콤과 업무협약을 맺고 통신요금을 보조해주는 한국IBM은 최근 직원들이 KT로 법인폰을 변경해달라는 민원이 다수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가 젊은 직원들의 민원이 주를 이뤘다는 후문이다.

한국MS는 회사 내에서 ‘아이폰’이란 단어조차 금기시되는 곳이다. 스티브 발머 CEO가 지난 2007년 아이폰에 대해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아니었으면 흥미를 끌지 못했을 것”이라는 악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MS의 모바일 OS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위기의식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올해 3월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OS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심비안이 47.1%, 림 19.5%, MS 12.4%, 맥OS X 10.7%, 리눅스 8.4% 등을 기록했다.

한국MS 관계자는 “아이폰을 구매하고 싶어도 회사 분위기상 쉽지가 않다”며 “일부 직원들이 개인적인 용도로만 사용하기 위해 아이폰을 구매하는 경우가 간혹 있긴 하다”고 말했다.

통신사나 휴대폰 제조사와 같은 계열사인 국내 IT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SDS 직원들의 경우 삼성전자가 아이폰의 대항마로 옴니아2를 출시하면서 아이폰 구매가 쉽지 않아졌다. 대부분 직원들이 SK텔레콤과 LG텔레콤에 가입해 있는 SK C&C와 LG CNS 역시 KT가 서비스하는 아이폰 구매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해당업체 직원은 “젊은 직원들이 특히 아이폰을 구매하고 싶어하지만 회사의 눈치가 보여 결국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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