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증시가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하면서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이번 김 센터장의 퇴임은 뒤끝이 썩 개운치 않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 초반까지 만해도 세계 증시가 이렇듯 가파르게 상승하리라곤 상상하는 전문가는 전무했다.
하지만 증시는 각국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자금 방출을 기반으로 지난 1999년 IT버블 이래 10년만에 최고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비관론자들의 목소리는 차츰 힘을 잃어갔고, 결국 내년 증시에 대해선 대부분의 국내외 증권사들이 코스피 지수 2000포인트 달성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김학주 센터장 역시 이런 분위기에서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영업면에서 이런 압력이 가중돼 왔을 것은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증시는 항상 낙관론자를 선호한다.
증권사들은 언제나 장밋빛 전망을 내 놓으며 시장의 강세를 부르짖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매도’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이 이젠 일반화됐다. 그래야만 향후 리포트 작성이나 영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마찬가지다. 증시라는 것이 자본주의 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항상 자본주의는 지금껏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이를 부정할 순 없다.
도올 김용옥은 자본주의의 속성을 ‘확대재생산’이라고 주장했다.
끊임없이 확대되고 재생산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증시는 우상향 추세를 이어가야만 한다.
하지만 증시라는 전쟁터,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투자자들이 쓰러져가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시장과 반대되는 목소리는 그 어느 곳보다 절실하다. 수익보다 위험관리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보다 건전하고, 성숙해지기 위해선 다양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특히 엄청난 ‘돈’이 오가는 증시에선 보다 다양한 의견들이 상존해야만 지난 2008년과 같은 금융 위기를 막을 수 있다.
낙관론이든 비관론이든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고,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토대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학주 센터장의 퇴장은 오히려 우리나라 증권계가 얼마나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예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누가 맞았느냐, 틀렸느냐보다 다양한 시각들이 공존해야 투자자들에게 보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증시의 향방은 누구도 맞추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지난해 말 증권사들의 2009년 전망은 여지없이 모두 빗나갔다는 점을 다시 뒤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