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 불발 신호탄…M&A 대어 줄줄이 포기·연기
올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은 소문만 무성한 채 별 성과가 없었던 일년으로 막을 내릴 전망이다.
하이닉스반도체,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등 올해 초 대형 M&A로 거론됐던 기업들이 인수 포기 및 지연 등으로 인해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거나 시장에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 중 미리 한 곳으로 압축해 협상을 진행할지, 본계약 때 일괄적으로 매각 대상자와 계약을 할지는 이번 주 중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금호그룹이 연내 매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반면 시장에서는 연내 매각이 이뤄질지에 대해 불확실한 모습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의 현 주가가 1만2550원으로 국내외 건설업황을 고려할 때 결코 싼 편이 아니다"면서 "일부 인수 희망자가 써낸 것과 같이 프리미엄까지 얹어가면서 2만원대 이상에서 대우건설을 인수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인수 후보자로 압축된 두 곳 PEF 모두 국내에서 전략적 투자자(SI)를 찾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도 연내 매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비상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연내 매각을 마무리 짓기 위해 마지막 조율을 시도 중"이라며 "만일 대우건설 매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비상대책(플랜B)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올해 M&A시장은 시작부터 가시밭길이었다. 올해 초 하이닉스, 현대건설, 대우인터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에 대한 M&A가 줄을 이어 대기하고 있었지만 '첫 단추'격인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무산되면서 M&A 시장이 위축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대우조선 매각 불발은 당시 어려웠던 자금시장 상황을 대변해 줬다"면서 "그러나 이후에도 포스코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M&A시장 자체가 살아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우조선 매각 불발로 이후 다른 M&A도 순연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현대종합상사, ㈜쌍용(현 GS글로벌)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 M&A만 성사됐을 뿐 하이닉스 등 대형 M&A건은 인수자가 인수 의향을 철회하거나 시장에 조차 나오지 못했다.
특히 효성이 인수 의향을 철회한 하이닉스도 향후 매각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호생명 매각도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칸서스자산운용이 금호생명 매각대금 납입을 연장하면서 매각 협상이 결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매각대급 납입일을 당초 15일에서 올해 연말까지로 연기할 것을 금호아시아나그룹측에 요청했으며, 이에 금호그룹측은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칸서스자산운용이 매각 대금을 제때에 준비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올해 하반기 M&A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늦춰진 상황. 현재 대우인터내셔널의 최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10월 매각주간사를 선정, 11월 회계·법률자문사 선정을 거쳐 현재 실사 중이다.
현재 예정대로라면 내년 초에나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캠코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현대건설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하이닉스를 먼저 시장에 내놓으면서 올해 시장에 나오지 못했으며 비씨카드는 인수 의향을 KT에서 밝혔으나 다른 인수기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올해 초 매각이 불발됐던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이 재매각을 선언, 현재 20여 군데 국내 기관에 대우조선의 매각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한 상태다.
민유성 산은금융 회장은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 "시기에 구애 받아 졸속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좋은 매수주체를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혀 당분간 M&A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