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러플위칭데이' 이후, 선물시장의 변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 환경 변화에 따른 시장 충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쿼드러플 위칭데이는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 그리고 개별주식 선물과 옵션 만기일이 겹쳐, 네 마녀가 심술을 부리는 날이라고 불리운다.
지난 10일 국내증시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측 범위 외에서 시장변동이 이뤄졌다. 연말 배당과 내년에 도입되는 공모주 펀드 거래세 부과에 따른 시장 투자자들의 포지션 변화 때문이었다.
◆네마녀의 심술
이날 유가증권시장은 현물시장보다 선물시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초 이번 만기일은 스프레드의 약세와 배당 수익률의 하락때문에 큰 변동성이 없을 것으로 전망됐었다.
실제 상승세를 나타내던 증시는 장 후반으로 갈수록 기관의 현물 매도세에 밀려 하락세를 이어갔다. 평소 이벤트가 없는 거래일의 변동 수준이었다. 하지만 장 후반부에 반등을 했고 마감 동시호가에서 급등했다.
이는 외국인이 선물 청산을 하면서 프로그램(PR) 차익 매도가 이어지고 지수하락 압력이 지속됐으나, 환매자금이 유입되면서 차익 프로그램 순매도가 둔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후 장 막판 비차익 프로그램 순매수가 차익 프로그램 순매수를 압도하면서 프로그램은 8094억원 순매수로 마감했다.
대우증권 심상범 연구위원은 "진정한 선물옵션 만기일이었다"며 "차익 PR 순매도 주체는 투신, 비차익 PR 순매수는 투신과 보험이었다"고 분석했다.
심 연구위원은 "투신의 차익 PR 순매도는 대부분 매수 차익잔고의 청산이었다"며 "투신과 보험의 비차익 PR 순매수는 대부분 매도 차익잔고의 청산인데 '공매도형 매도 차익 잔고'가 아니라 '인덱스 스위칭 매도'였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심상범 연구위원에 따르면 '인덱스 스위칭 매도'는 보유 주식을 선물 매수로 교체한 상태로 만기일에 선물은 결제하고 현물만 매수하면 된다. 즉, 주식과 선물이 동시 주문되는 차익 PR 매매가 불필요한 셈이다.
우리투자증권 최창규 연구원은 "KOSPI 200 바스켓으로 추정되는 8000억원의 비차익 매수세가 마감 동시호가 시간에 유입됐다"며 "특히 특정 증권사 창구를 중심으로 유입돼 특정 인덱스 자금의 현물 스위칭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배당을 노린 선택
또한 비차익 매수에 대해서 배당에 배팅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연말 배당 특수를 노린 투자가 유입됐다는 것이다.
배당을 받고 주식을 팔 경우 증권거래세가 부담이 된다. 올해 배당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근 지수 상승에 따라 배당 수익률은 낮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분기 실적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전해지면서 자금 유입을 추정할 수 있다.
한화증권 이호상 연구원은 "4분기 실적이 좋으면 현재 컨센서스 배당금을 초과하는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배당락의 빠른 회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현대증권 문주현 연구원은 "초점은 전체 배당금이 늘어난 것"이라며 "배당 수익률이 낮다고 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모형 펀드 거래세, 유동성 제약, 투기세력 증가 가능성
한편 증권전문가들은 내년 예정된 공모형 펀드의 거래세 부과도 주요 변화로 손꼽았다. 이에 따라 매수차익잔고의 대량 매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호상 연구원은 "스프레드가 저평가여서 매수차익물량의 매도 롤오버가 유리 하지 않았다"며 "증권거래세 부과로 펀드 수익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심상범 연구위원은 스프레드 급락에도 불구하고 투신과 보험의 매도 차익잔고 역시 거래세의 부담이 컸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에 실제로 거래세가 부과될 경우, 기존과 같은 패턴의 차익거래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거래세가 없는 유일한 상품인 인덱스 ETF 유통시장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즉, 주식 대신 인덱스 ETF와 선물을 스위칭해 알파를 추구한다는 것이며 사전 작업으로 보유 중인 선물을 주식으로 교체했다는 것이다.
문주현 수석연구원은 "거래세 도입 이후 잦은 매매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선물시장 투자자들의 매매횟수가 줄어들 것이다"고 전망했다. 문 수석연구원은 "ETF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종 형태의 매매도 등장 할 것"이라며 "바스켓 형식의 롱숏전략이 좋은 예이다"고 덧붙였다.
반면 차익거래가 줄어들게 되면서 유동성 공급 제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위원은 "차익 거래가 선물 옵션 거래 규모에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며 "현물과 선물의 호가갭을 촘촘히 메워주던 역할도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물 옵션 간의 불균형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기적인 세력의 시장 개입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한편 그는 "잦은 매매로 인한 장중 변동성은 순화될 것"이라며 "개별 주식, 선물 주식 간의 주가 차이를 이용한 롱숏전략이 대안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 1) 프로그램차익거래 : 현물과 선물의 일시적인 가격차이를 이용해 무위험 수익을 노리는 기관투자가들의 거래 형태.
※주 2) 매수차익잔고 : 차익거래를 위해 선물을 매도한 대신 현물을 사놓은 것으로, 만기일에 청산되는 선물 규모만큼 현물을 되팔아야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 매도차익잔고는 그 반대다.
※주 3) 스위칭매매 : 스위칭 매매는 선물거래에서 투자자가 실물 인수일이 가까워 졌을때 실물 인수를 피하기 위해서 선물을 매도하고 같은 양의 차후 결제월물을 매입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매매수수료의 부담이 없지는 않겠지만, 실물 인수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될 때 수수료부담은 이에 비해 경미한 것이기 때문에 선물 거래시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거래 패턴이다. 정확하게는 '포지션 스위칭'이라고 한다.
※주 4) 롤오버 : 롤 오버(Roll-Over)는 채권이나 계약 등에 대해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만기를 연장하는 것을 의미하거나, 선물계약과 연계해 차익거래 등의 포지션을 청산하지 않고 다음 만기일로 이월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