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사태로 단기자금 규제說 '솔~솔'

입력 2009-11-3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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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직접 규제 어렵지만 급격한 자본이탈 경계"

두바이 국영기업 두바이 월드가 지난 주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동요하기 시작함에 따라 급격한 해외 투자자본 유출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외국인 단기 투자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 또 다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지면서 이 같은 투기성 자금의 유출입을 적절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 모습이다.

30일 금융권 및 감독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해외자금이 최근 두바이 사태와 맞물려 국내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 전반에 새로운 걱정거리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해 1~10월중 자본수지 유입초과 규모가 249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외화 유입이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이들 자금이 대부분 주식과 단기금융상품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과 채권 등 증권투자 순유입은 463억1770만달러로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 1997년 142억9680만달러의 3.2배에 달했다. 외국인 순매수는 주식이 225억3450만달러, 채권이 247억3580만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9억6000만달러의 유출초과를 감안시 금융위기 발생 이후 1년여 만에 자본수지 진폭이 589억달러나 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자본수지가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고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차츰 안정되고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이 이어지면서 미국내 달러화를 빌려 고수익 이머징 시장에 투자하는 이른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크게 늘어난 결과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제한했다.

두바이 쇼크로 지난 주말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제히 '검은 금요일'을 맞이했고 충격의 여진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두바이 자체 부실 규모는 현재 800억달러로 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보다 작지만 중동 금융의 핵심인 이슬람채권(수루크)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물론 지난 주말을 지나는 과정에서 두바이 쇼크가 다소 진정됐지만 두바이와 같이 과도한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공포심으로 바뀔 경우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간접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

시중 증권가와 일부 채권 딜러들은 "현재 한국의 경우 최근 순채권국으로 돌아선 상황"이라며 "여타 국가들과 금융시장 사정이 다르지만 두바이 사태가 자칫 금융시장 장기 불안 요인으로 대두될 경우에는 현재 국내로 유입된 단기자금의 유출이 가속화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실제 지난해만 해도 외국인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국내 상장 채권을 5조5000억원 가량 순매도한 적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단기 투자자금의 대규모 이탈을 경험한 바 있다.

금융당국내 거시감독국 한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두바이 사태로 국내 건설업체 혹은 금융기관이 물린 돈이 1억달러도 안되는 데다, 아부다비의 지원 등 자체 해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고 대내적으로도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 경기가 상대적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급속히 자금을 빼내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단기 투자자금의 유출입을 직접적으로 통제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며 "해외자금의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시장과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나 현 상황은 통화스와프 등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 이상의 유출입 규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따라서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단기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입 우려와 이에 대한 유출입 규제는 현재 검토하고 있지도, 나아가 당장 할 필요도 없다는 의견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연구원 관계자 역시 "당국이 국내로 유입되는 자금의 건전성과 총량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두바이 금융시장 여파가 국내 금융시장에 나아가 외국이 투자환경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지난해 금융위기 직후 발생한 외화유동성 위기 과정에서 경험했듯이, 당국은 중동 투자 비중이 높고 동시에 한국시장에도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문제 은행들이 어느 시장에서부터 투자자금을 회수할 것인지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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