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우리금융지주, 44개 계열사 거느린 '초우량' 거대기업

입력 2009-11-30 12:56수정 2009-12-0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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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금융위기에도‘꿋꿋’...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올 3분기 당기순익 8600억...최대 숙원 민영화 시동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매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지주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24일 우리금융 소수 지분 7% 매각에 성공하면서 민영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계열사 총 11개를 거느리고 있고 모회사만 33개를 보유한 거대 그룹의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아직까지 우리지주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금융기업은 없고 그나마 하나금융지주가 대등합병을 노리고 있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너무나 커버린 덩치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2001년 4월 2일 (구)한빛은행과 (구)평화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이 합쳐지면서 첫 출범됐다. 이후우리금융정보시스템, 우리금융자산관리 등을 자회사로 설립하고 평화은행 분할합병, 우리신용카드를 출범했다.

또 다음 해인 2002년 5월 우리금융 최대 계열사인 한빛은행을 우리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6월에는 증권거래서에 상장시켰다. 이후로 꾸준한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워 현재의 금융지주사로 우뚝 섰다.

KB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제는 민영화라는 과제를 풀기 위해 돛을 펼치는 중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정부 소유의 회사가 되기까지는 최대 계열사인 우리은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9년 외환위기 당시 은행들이 파산위기에서 정부가 우리 금융지주의 핵심인 구 상업은행과 구 한일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두 은행의 지분 대부분을 정부와 정부공기업인 예보에서 인수했다.

그러나 정부가 최대주주이고 경영권 역시 가지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우리은행은 민간회사였고 따라서 정부에서도보유지분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즉, 은행이 파산하면 투자자나 이용자들에게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국민 세금을 투입해 다시 살려놓고 회사가 안정이 되면 공적자금을 다시 회수 하겠다는 의도다.

정부 소유의 은행은 민간은행보다 보수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따라 민간은행과경쟁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정부소유에서 벗어나 현재의 은행 최대과제인 인수합병(M&A)이나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공적자금 투입 이후 우리금융지주는 국민 세금으로 살아 났다는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이 때문에 정부눈치와 사회공헌에 대한 부담감이 다른 은행보다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직격탄...힘겨웠던 1년

“지난해 우리은행이 대단히 부끄러운 실적을 냈다. 죄송스럽다”

우리은행장이 지난 2월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이후 작년 실적에 대해 언급한 발언이다.

그는“작년 우리은행이 2300억 원의 당기순이익에 그친 것은 부끄러운 실적”이라며“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의 부분은 말하기 싫은 부분인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서 시작됐던 해외투자가 서브프라임으로 투자금액의 90%에 해당하는 손실로 처리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투자실패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예보와 금융당국은 그의 자책으로 끝나지 않았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 1조7000억원의 CDO, CDS 등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금융당국과 예보의 중징계를 받아 돌연 사퇴했으며,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도 현직이었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자리에 물러났다. 전직 최고경영자 두 명이 모두 책임을 묻고 퇴임한 셈이다.

이종휘 행장과 이팔성 회장은 각각 ‘경고’, ‘ 주의’ 조치 등의 징계를 받아 이 행장은 연임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대해 이 행장은“두 전직 퇴임에 대해 굉장히 쓸쓸하게 느껴졌다”며“우리에게 남긴 교훈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되새기게 됐다”고 여운을 남겼다.

결국 금융위기 파장이 우리지주와 우리은행에게 씻을 수 없는 쓴 맛을 보게 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소비 심리가 늘어나고 경기가 다시 회복세로 전환하면서 우리지주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483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7% 급증하고 누적당기순이익은 8692억원으로 올해 목표 순익을 초과 달성했다.

또 영업이익은 5028억원으로 지난 2분기에 비해 1053억원(26.5%)늘었다. 당초 3500억원 수준이었던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연간 목표는 이미 달성했으며, 3분기 실적으로는 금융지주사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살아나는 우리금융...숙제는‘민영화’

민영화 작업도 한창이다. 예보가 지난 23~24일 실시한 블록세일에서 우리금융 지분 7%(5642만주)를 매각하는 데 성공한 것.

당초 매수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최소 매각물량 조건을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의결한 7%가 아니라‘4% 이상’으로 하향 조정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우’가 된 셈이다.

특히 이번 블록세일은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에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는 게 일반적인평가다.

공적자금 투입원가인 주당 1만6350원 아래에서는 팔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손해를 보는 가격인 주당 1만5350원에 매각을 강행했다.

매각 수량을 줄이는 대신 가격을 좀 더 높게 받을 수 있었지만 가격을 버리고 물량을 선택했다. 이날 우리금융 종가는 전날보다 350원(2.18%) 떨어진 1만5700원을기록했다.

정부는 경영권 지분을 제외한 소수지분 16%를 내년 중 추가 블록세일을 통해 매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하나지주와의 대등합병설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최근 은행업계 재편 논의가 확산됨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는 힘들고 합병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구경회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 모두 단독으로 상대방을 인수할 여력은 부족하다”면서도“합의에 의한 대등합병이 유일한 대안으로 양사의 합병 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이 가능한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만약 예보가 우리금융의 지분율을 50%로 축소하고 우리금융이 자회사 중 일부를 매각, 3조500억 원을 마련해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율은 38%로 하락한다”며“하나금융 지주가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 15%를 매입하면 예보의 우리금융 지분율은 25%로 하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언론보도에 흔들리지 말고 각자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해 달라. 이런 왜곡된 루머가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대등합병 가능성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앞으로 최대 숙원이자 과제인 민영화를 어떤 방향으로 풀어나 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거대한 덩치를 인수할 국내 금융기업이 많지 않고 해외자본에 넘기면 여론의 비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외환 위기에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금융지주가 느낀 것은 남다를 것”이라며“다만 지금까지 위기를 극복해온 만큼 앞으로 남은 과제를 잘 풀어나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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