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방안 제시에 은행권 반응 시큰둥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 변경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
수신금리를 기준금리로 삼을 시중금리 움직임을 즉각 반영할 수 없고 담합 오해까지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은 지난 23일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를 현행 CD 금리 대신 은행들의 실질 조달금리 평균치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은행권의 후속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예금은행의 가중평균 수신금리와 제3의 기관이 공표하는 은행 자금조달 금리 평균치를 대안으로 내놨다.
금융연구원은 제3의 기관이 금리를 산정, 발표하고 은행권이 이를 공동으로 채택하는 방식이 담합에 해당하는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나 은행연합회, 시중은행 모두 소극적인 입장이다. 특히 한국은행은 예금은행 가중평균 수신금리를 은행들이 기준금리로 삼는 것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행 통계는 시중금리의 움직임을 즉각 반영할 수 없는데 이를 기준금리로 발표할 경우 중앙은행이 대출자들로부터 민원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연합회 고위 관계자는 "은행권이 작업반을 만들여 기준금리를 정할 경우 자칫 담합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금리 결정은 은행들이 개별 사정에 맞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은 은행대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시중은행 주택대출 담당자는 "개별 은행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공신력 있는 기관이 공통의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CD 고시금리 산정 방식의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CD 고시금리는 금융투자협회가 매일 CD 거래가 많은 상위 10개 증권사로부터 매일 적정 금리를 통보받아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8개를 평균해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 실제 CD가 거래되지 않았는데도 증권사들이 다른 채권 금리와 비교해 CD 금리를 산정하거나 다른 증권사의 CD 거래 금리를 베껴 통보하는 등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CD 고시금리가 시장 상황과 다르게 올라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CD 고시금리는 가계대출의 60%, 중소기업대출의 40%의 기준금리로 쓰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CD 금리 산정 실태를 점검해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CD 금리의 투명성과 공신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