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전에 이미 4만대 이상 예약되며 아이폰 열풍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KT에 가입자를 뺏길 것을 우려한 SKT의 보조금 정책 조정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SKT를 통해 출시된 T옴니아2는 삼성전자의 '전략폰'이자 '고가폰' 이미지로 대대적인 홍보를 이어 갔다. 하지만 아이폰 열풍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자 곧바로 가격 내리기로 맞선 것이다.
아직 요금 통지서 한번 받아 보지 못한 T옴니아2 구매자가 18만원의 보조금을 손해 보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출고가도 4만원 가량 떨어졌다.
이것 저것 요금제 할인을 더 하면 거의 공짜에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공짜'를 '고가'로 구입한 꼴이다. 남보다 먼저 구입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물론 휴대폰을 비롯한 IT제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이다. SKT측도 휴대폰 가격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가격이 이처럼 대폭 하락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더군다나 그 속사정이 아이폰 열풍을 막기 위한 것이니, 이미 구입한 사람의 분노는 더하다.
특히 지금 손해를 보고 있는 2만여명의 소비자들은 SKT와 삼성전자의 중요 고객이다. 분명 아이폰이 곧 출시될 것을 알았으며, KT나 LGT로도 옴니아2가 출시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먼저 SKT의 제품을 구입했다.
그만큼 대접을 해주지는 못 할 망정 실망을 시켜서는 안되는 게 소비자를 대하는 기업의 도리다.
소비자의 항의가 빗발치자 SKT에서 기존 구매자에게 3만6000원을 지원해 주겠다고 한다. 20만원 이상의 할인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 '이바닥 다 알지 않냐, 이돈 받고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라' 라는 꼴이다.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소비자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이들은 SKT의 솔직한 이야기와 사과를 듣고 싶은 거다.
매달 빠져나가는 돈을 보며 24개월간 가슴이 쓰려올 2만 여명의 T옴니아2 구매자에게 제대로 된 성의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게 바로 경쟁사를 압도 할 수 있는 기본 자세다.
지난 2007년 애플은 아이폰을 처음 출시한 후, 세 달 만에 200달러 가까이 가격을 인하했다. 물론 이미 구입한 소비자는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애플 CEO인 스티브잡스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하고 기존 구매자에게 100달러 상당의 상품권을 준다고 밝혔다. 또 14일 이내에 구입한 소비자에겐 200달러를 모두 상환해 준다고 했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기존 구매자에게 사과하며 이렇게 말했다.“가격 인하 발표 이후 초기 구매자에게 수백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고객은 애플을 믿었고 우리는 이같은 신뢰를 통해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