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최저가 항공권 '눈 속임' 많다

입력 2009-11-2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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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할증료 등 세금 실제 가격보다 높게 책정되는 사례 많아

직장인 A씨는 며칠전 모 여행사 인터넷항공권 사이트에서 국적항공사인 B항공사의 오전에 출발하는 인천~베이징 왕복항공권을 세금까지 포함해 20만9000원에 구입하고 신용카드로 결제까지 마쳤다.

그런데 한국에서 출발하는 날 부득이하게 오후에 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 스케줄을 변경하려 했지만 B항공사는 여유좌석이 없어 또 다른 국적항공사인 C항공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결제를 하려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B항공으로 요금을 결제할 때는 20만9000원이었는데, C항공은 19만9000원으로 1만원이 적은 것. 분명 항공요금은 두 항공사 모두 편도 9만9000원으로 같았는데 총액에서 C항공이 B항공보다 1만원 저렴했던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할인항공권을 운영하는 여행사들이 항공요금 외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 등 세금을 실제 요금보다 높게 책정하는 등 편법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요금비교사이트나 오픈마켓 등에서 가장 싼 항공권으로 노출되기 위해 요금은 가장 저렴하게 내 놓는 대신 마우스로 클릭해야 하거나 결제창에서만 볼 수 있는 세금을 조절, 실제 요금은 다른 여행사와 똑 같거나 오히려 높게 받는 것이다.

모 할인항공권 비교사이트를 검색해보면, 항공요금을 8만500원으로 판매하는 D여행사와 8만1900원에 판매하는 E 여행사의 총 결제금액은 항공권 요금이 더 비싼 E여행사가 16만8000원인데 반해 D여행사가 17만9500원으로 1만1500원이 더 비쌌다.

E여행사는 실제세금액인 8만6100원을 적용한 반면 D여행사는 9만9000원을 적용한 결과다.

항공권에 붙는 세금은 전쟁보험료와 한국 공항세, 관광진흥개발기금, 현지공항세, 유류할증료가 포함된다. 환율 과 현지 사정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적어도 1주일간은 고정 세금이 적용된다. 항공사들은 매주 화요일 마다 세금을 공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사들은 정확한 세금을 공지하지 않거나 임의적으로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A씨가 항공사를 달리 예약했더니 요금 총액에 차이가 났던 것도 이 때문. A씨가 더 화나는 이유는 이 여행사는 실제 베이징 노선 세금보다 C항공은 2만1600원, B항공은 3만1600원을 더 많이 받았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행사들이 인터넷에서 할인항공권을 판매하면서 세금을 임의로 책정할 수 있는 이유는 세금이 화면상에서 공개되지 않는데다, 소비자 역시 세금은 당연히 내야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눈에 보이는 항공운임이 비싼데는 민감하지만 세금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며 "이런 소비심리를 이용하기 위해 화면에 드러나는 항공운임은 최대한 싸게 내놓고 손실분을 세금을 올려 매꾸는 여행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이 이렇게 세금을 임의로 올려받더라도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도 이런 잘못된 행태를 부추긴다. 여행사들이 세금 항목에 공인된 항목 외에 취급수수료 등 다양한 항목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항공요금 자체가 신고제인데다 항공사가 고시한 요금을 갖고 여행사가 마진을 붙이거나 할인을 해주는 것이어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여행사들의 상술에 속지 않고 제대로 할인된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일일히 가격비교를 해보고 사는 수밖에 없다.

이와관련, 국적항공사 한 관계자는 "인터넷의 저렴한 항공권은 항공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풀어서 나온 요금인 경우가 많아 그 손실을 임의로 책정한 세금으로 만화하려는 경우가 있다"며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는 운임은 여행사 수수료 분을 제외한 운임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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