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금융 지원' 이유 밝혔지만 오히려 의혹만 증폭
산업은행이 24일 대우건설 매각 주간사를 철외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및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은 지난 23일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아랍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투자청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한 자베즈 파트너스와 미국의 건설시공업체인 티시맨 컨스트럭션이 참여한 TR아메리카 컨소시엄 두곳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에 앞선 지난 18일 이미 각 주간사를 자진 철회하면서 대우건설 매각에 문제가 있는 것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산업은행이 매각 주간사 철회의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인수에 대한 진정성이 있고 능력이 있는 인수자가 선정되는 경우, 인수금융 지원을 어떠한 이해 상충업이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두 인수 후보가 인수 능력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우려를 확인해 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이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풋백옵션 해결을 위해 산업은행이 금융지원을 할 여지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번 산은의 매각 주간사 철회의 이유를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가 우선협상자 선정시 매각주간사측에 인수자금의 일부를 조달해 달라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인수자금 능력을 둘러싼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더욱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자베즈파트너스 단독으로 성사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TR아메리카가 공동으로 선정되면서 대우건설의 가격 및 인수 금융제공 여부에 대해 산은과 모종의 협의가 있지 않았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두곳의 인수후보 협상자 모두에 대해 인수자격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왔다.
실제로 매각 입찰 과정에서 대우건설 노조는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던 자베스 파트너스와 미국계 펀드에 대해 "매각 대금 지불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곳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매각절차를 기한내에 완료하기 위한 사기극이될 것"이라고 주장한바 있다.
대우건설노조 김욱동 위원장은 산업은행의 매각 주간사 포기와 관련 "대우건설의 매각을 주관하던 산업은행이 나간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대우건설의 매각을 주관하던 산업은행이 향후 있을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나간 것" 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지만 후보군 스스로 자금 조달 능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산업은행이 지원을 해서라도 대우건설 문제를 하루빨리 마무리 짓고 금호아시아나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이와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 업체의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해 산은이 자금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대우건설 매각이 또다시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매각주관사 역할을 포기하고 자금지원만을 하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대우건설 매각 공고 이후 노무라 증권과 함께 매각주관사 역할을 해오면서 누구와도 대우건설에 대한 협의를 한적이 없다"며 "이런 이유에서 매각주관사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내 매각을 보다 확실하게 매듭짓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도 "산업은행이 매각 주간사를 포기했다고 해서 대우건설 매각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무라증권을 매각 주간사로 나머지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및 금호아시아나측이 이처럼 대우건설 매각에 대한 확고부동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매각 주간사 철회라는 산업은행의 이번 결정은 상당히 의례적이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종협상자 발표를 코앞에 두고 매각주관사를 자진철회하는 것은 거의 드문일"이라며 "산은이 이해상충관계를 피해 자진 주간사 역할을 포기했다고 하지만 논란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