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운영 시한 연장..대출보증은 점진적 축소
정부가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도입했던 일련의 선제적 금융지원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 비상지원책의 경우 연장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한편 일부 지원책은 점진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취했던 비상 조치를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경기 회복세에 맞춰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17일 정부와 금융당국 그리고 금융관계기관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그동안 취했던 각종 비상 조치를 경기 회복 국면 진입과 더불어 재조정하는 방안을 이르면 이달 말이나 늦어도 내달 초까지 결정할 계획이다.
먼저 내년부터 정부의 중소기업 대출 보증은 향후 점진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대신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신속 자금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의 운영 시한은 내년까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등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취했던 비상 조치들을 내년부터 정상화하는 대신 중소기업에 대한 신속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 제도는 계속 유지하는 방향으로 현재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패스트트랙은 가장 끝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잠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종료에 대해 결론 낸 바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가 연초 취했던 중소기업 대출 일괄 만기 연장 등의 조치는 올해 말을 기점으로 정상화하되 비상 지원책을 한번에 원위치 시킬 경우, 기업들이 일시적인 자금난에 처할 수 있어 패스트트랙 등의 조치는 내년에도 유지할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정부와 금융당국 그리고 은행권은 이에 중소기업 전반의 자금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올 연말까지 예정된 패스트트랙의 운영 시한을 6개월 정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금융당국은 최고 100%로 끌어올린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신용보증기관의 보증 비율을 예년과 같은 85~95%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하고 있다.
올해 일반보증 총량을 39조4000억원까지 늘렸던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내년도 보증 총량을 1조5000억원 가량 줄이겠다는 내부 방침을 현재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보증기금 역시 17조1000억원에서 16조5000억원을 줄이고 보증 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또한 올해 5조9000억원 규모였던 정책 자금을 내년 3조1000억원까지 줄일 계획이다.
은행들도 마찬가지로 올해 중소기업 대출 만기를 일률적으로 1년 동안 연장 시행했으나 내년부터 중기경영 상태를 평가해 선별적으로 추가 연장해주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중 은행권의 한 기업금융 관계자는 "경기 회복세가 점차 뚜렷해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올초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 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이 일방적인 지원보다는 보증 규모를 조정하거나 선별적인 지원을 통한 만기 연장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대한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도 여신 규모에 따라 올해처럼 시한을 정해 일괄 적용하지 않고 은행권 공동협약을 통해 상시 평가해 구조조정 대상을 골라낼 예정인 만큼 신용위험평가에 기초한 신용 연장 여부와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등으로 연착륙이 시도될 것 같다"고 관측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도 "정부가 그동안 비상지원책으로 마련한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모두 제자리로 복귀시키게 되면 중소기업이 느끼는 자금 압박이 상당한 만큼 금융당국과 은행권 모두 패스트트랙 등 일부 지원책을 연장 시행하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은행들이 자력으로 외화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외화 차입에 대한 정부의 지급 보증 역시 연말에 종료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은행들이 지급보증을 대가로 금융감독원과 맺은 양해각서(MOU)도 폐지된다.
한편, 이번에 연장 시행 예정인 패스트트랙은 은행들이 중소기업의 신청을 받아 A등급(정상),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C등급(부실징후), D등급(부실)으로 구분해 A와 B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에 보증기관의 특별 보증을 통한 신규 대출을 해주거나 기존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