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유업계, 불황 타개 돌파구 없나?

입력 2009-11-06 16:16수정 2009-11-06 16:43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E&P 사업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돼야"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의 3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대로 '어닝 쇼크' 수준이었다.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및 정제마진 부진,환율 효과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제사업 중심에서 탈피해 석유개발(E&P) 사업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해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산유국에서 사들인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으로 되파는 사업모델은 한계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료값(국제유가)은 꾸준히 오르는 가운데 최종 완제품(석유제품)값은 거꾸로 내려가 국내 정유사의 주력 수익기반인 정제마진이 위축된 것이 실적 악화의 주원인이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의 3분기 매출액은 9조1201억원,영업이익은 8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6%, 89%나 감소했다.

영업이익 악화의 주원인은 석유사업(정제)부문으로 정제마진 하락과 환율변동으로 인해 195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SK에너지는 2분기에도 석유사업부문에서 68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GS칼텍스의 3분기 실적도 매출액 7조1807억원,영업이익은 1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0.6%, 78.8% 감소했다. 특히 정유사업부문은 영업손실 1473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S-Oil)의 3분기 실적은 매출액 4조7117억원에, 영업이익은 704억원 적자였다. 석유사업부문에서 1915억원 적자를 봤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도 상황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처럼 정유사들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석유사업이 한계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인도의 정유업체 릴라이언스가 하루 평균 정제능력을 58만배럴이나 증가 시키는 등 아시아 지역에 집중된 신규 정유설비 가동으로 정제 마진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조승연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유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중 가장 큰 미국의 발레로에너지도 올 2분기부터 석유사업부문은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내년 이후 수요 증가 등으로 정제마진이 살아나면서 단기적으로 정유사가 이익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수익 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는 석유개발(E&P)사업과 같은 모험과 엄청난 투자비를 감수해야 하는 장치산업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GS칼텍스, 에쓰오일의 실적을 보면 SK에너지 보다 석유사업부문의 영업이익 적자폭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영업익에서는 상황이 역전됐다. 같은 정유사라고 하더라도 영업방식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E&P사업 부분이다.

SK에너지는 E&P사업에서 올해 3분기 695억원이라는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아직까지 전무한 상황이다. 단순 계산으로 SK에너지의 E&P사업에서 실적이 없었다면 GS칼텍스와 비슷한 영업실적을 거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이 정유뿐만 아니라, 원유 개발과 시추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규모와 자생력을 갖춰야 향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유가상승에 따른 지속적인 실적 개선이 전망되는 사업부문"이라며 "영국의 BP 등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E&P사업에 집중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SK에너지는 현재 영국, 브라질 등 17개국 34개 광구에서 확보한 원유매장량은 5억2000만배럴 규모로, 오는 2015년까지 10억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또 일 평균 4만500배럴인 원유 생산량을 내년까지 일평균 최대 6만배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GS칼텍스도 내년 부터는 E&P사업에 대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0개 광구의 자원개발사업에 지분 투자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는 GS칼텍스는 타이광구를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자체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투자도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에만 매달려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국제무대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SK에너지·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들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역량을 쏟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유사들이 연료전지, 수소충전소, 그린카 배터리 등 미래 에너지 기술을 선점할 경우 석유사업의 한계성을 뛰어 넘어 제2의 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잇을 것"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