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시장경제론, 국내실정에 맞춰야"

입력 2009-11-0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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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열 공정위원장, 국민적 담론 통한 지향점 주문

한국이 지향하는 사회적 시장경제론은 한국시장에 대한 깊은 성찰이 수반되지 않은 채로 독일의 모형을 차용한 것이어서 국내 실정에 맞는 모델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클린리더스클럽' 조찬강연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적 시장경제론은 한국경제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독일 헌법학의 논의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며 "미국식인지 북유럽식인지 혹은 그 중간인지에 대한 국민적 담론을 통해 지향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회적 시장경제란 개인과 기업의 자유·창의가 기본이 되고 공권력의 시장간섭을 보충적인 것으로 보는 견해다. 즉 자유시장 경제질서 하에서 사회복지·정의 실현을 위해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차용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모형은 기독교 문화를 바탕으로 봉건분권사회·시민혁명·고도자본주의의 폐해·바이마르 헌법상 혼합경제의 파탄 등 한국과 다른 역사적 과정을 거쳐 정립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국내 실정에 맞도록 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갖다쓰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의 지향점을 무엇인지에 대한 국민적 담론이 필요하다는 게 정 위원장의 생각이다. 정 위원장은 "시장경제의 헌법적 기초는 경제조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반적 행복추구권·사유재산 보장·직업선택의 자유 등 다수의 기본권과 결부돼 있다"며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경제는 1960년대 이후 정부의 시장에 대한 깊숙한 개입으로 관리경제, 이른바 개발독재 체제 하에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말부터 근대적 의미의 시장경제 모습을 갖추게 됐고 1997년말 외환위기를 통해 시장기능이 본격화됐다.

정 위원장은 ▲규제완화와 공공부문의 시장화에 대해 집중적 노력 ▲70%가 넘는 국제시장에 대한 높은 경제의존도 ▲시장참가자들의 가격 및 거래조건 민감도 ▲한국 사회 특유의 쏠림·집중현상 등을 감안할 때 "우리경제는 북유럽은 물론 독일·일본의 시장보다 훨씬 더 경쟁지향적"이라며 "국회의 경제법규 입법과 헌법재판소의 헌법적합성 심사를 통해 한국형 시장경제의 규범적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가 한국형 시장경제의 구체적인 형상을 완성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방침이다. 즉 경제헌법인 공정거래법의 집행을 통해 획정하는 경쟁질서가 한국형 시장경제에 대한 실증적 모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공정위가 시장의 규제자 혹은 간섭자라는 일부 인식에 대해 "공정위는 시장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도록 노력하고 올바른 질서를 확립하는 시장의 수호자"라고 잘라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위원장은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사전규제는 과감히 완화할 것"이라며 "실제로 올 4월 사전규제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를 폐지했고 지주사에 대한 규제완화도 적극 추진중으로 연내 법개정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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