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B 안터지는 9호선...속터지는 승객들

입력 2009-11-03 14:15수정 2009-11-0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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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특위-9호선 사업자, DMB중계시설 구축 서로 미뤄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열혈 야구팬 A씨는 지난 10월을 생각하면 짜증이 치민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살고 있는 A씨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보기 위해 퇴근하자마자 9호선 급행열차를 탄 후 고속터미널에서 3호선으로 환승해 집까지 뛰어가곤 했다.

그런데 9호선만 타면 잘만 작동하던 지상파 DMB가 먹통이 되곤 했다. 3호선으로 갈아타기 까지 약15분 동안 A씨는 경기결과가 궁금해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지하철 1~8호선에서 아무 문제없이 작동하던 지상파 DMB가 유독 9호선에서만 터지지 않는 것에 대해 A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 9호선 지하철이 개통된 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DMB는 여전히 불통이다. 승객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명품 지하철이라고 자부하던 9호선의 이미지에도 금이 가고 있다.

이해 당사자인 지상파DMB특별위원회(지특위)와 서울시 메트로 9호선사업자는 서로 자기주장만을 되풀이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조차 당사자들이 직접 해결할 문제라며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철도시설공단(분당ㆍ안산ㆍ과천)마저 DMB 점용료를 인상하겠다고 버티면서 최악의 경우 DMB 불통 사태가 수도권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양측 입장 팽팽…협상 시작도 안해

지하철 9호선의 경우 45억원에 이르는 DMB중계시설을 누가 설치하느냐가 쟁점이다.

서울시 메트로 9호선 사업자는 그동안 지상파 DMB 6개 사업자가 1~8호선 DMB중계시설을 모두 설치했으니 이번 역시 책임지라는 입장이다. 반면 DMB 사업자들은 누적된 적자로 인해 45억원을 부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특위에는 지난 2006년부터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이 단말기 1대당 3000원씩, 총 288억원을 모아놓은 예산이 있다.

이 예산은 서울 1~8호선, 부산, 대구, 인천 지하철의 지상파DMB 중계시설 구축에 투입돼 거의 소진됐지만 경영악화를 이유로 지급하지 않은 팬택의 미수금 23억원이 추후 들어올 수 있다. 45억원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지특위와 9호선 사업자가 머리를 맞댄다면 해결이 불가능한 금액도 아니다.

하지만 지특위는 과중한 점용료(DMB 중계기를 지하철 구간 내에 설치한 대신 지하철 운영사가 DMB사업자에게 과금하는 일종의 임대료)가 낮아지지 않는다면 DMB중계시설 구축은 엄두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특위 관계자는 “지하철 운영사에 연간 점용료로 25억원가량을 지불하고 있다”며 “작년 DMB 6개사의 총 광고수익이 70억원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DMB 6개사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이 관계자는 이어 “9호선 사업자와는 입장 차이가 너무 커 제대로 된 협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지하철이 공공재이고 지상파DMB가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편의 서비스 성격이 강한만큼 서울시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DMB시청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선 서울시가 직접 나설 필요성이 있긴 하지만 방통위가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점용료 공방…법적 다툼으로 번질 듯

분당·안산ㆍ과천 지하철 역시 지상파DMB 서비스가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특위와 티유미디어에 지난 3년7개월간의 점용료로 각각 24억원과 3억6800만원을 지불하라고 청구한 상태다.

지특위의 경우 연간 7억원 수준이다. 당초 납부기한은 10월말까지로 정했지만 지특위에서 납부 기한 연장신청을 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지특위는 점용료 수준이 상식 밖에서 벗어났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연간 4억원의 점용료를 지불하는데 1~4호선의 3분의 1 길이밖에 안되는 분당ㆍ안산ㆍ과천 지하철이 7억원을 책정한 것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지특위 관계자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는 과거 잠정 협정을 맺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와 같은 수준으로 점용료를 적용시키기로 합의했었다”며 “그런데 이런 합의를 깡그리 무시한 것은 물론, 점용료 산정마저 단독으로 처리해버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분당ㆍ안산ㆍ과천 지하철이 국유재산이기 때문에 애시 당초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산정작업에 시간이 걸리면서 다소 늦어졌지만 이번 조치는 그동안 미뤄왔던 점용료를 부과한 것”이라며 “DMB사업자가 감면 요청을 하면 법규에 근거해 검토해 볼 수는 있지만 협상의 대상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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