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브랜드委, 교체 결정에 야당 "3년도 안 됐는데,정치적 판단" 반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2000년대 초부터 우리나라를 알리는 대외 브랜드로 사용중인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 교체에 이어 관광브랜드인 '코리아 스파클링(Korea Sparkling)'도 교체를 추진하는 것을 놓고 정치권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관광브랜드 분야 최고의 외국인 전문가를 영입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관광한국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만든 관광 슬로건을 만든지 채 3년도 안돼 변경하는 것은 정치적 판단에 따른 예산 낭비 행위라는 것이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국민의 정부 당시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사회에 한국의 긍정적 이미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영문 슬로건으로 'Dynamic Korea'를 선정, 월드컵 이후 각종 해외 홍보에 빠지지 않고 사용해 왔다.
그러나 국가브랜드위원회 어윤대 위원장이 지난 8월 '다이내믹 코리아'와 '코리아 스파클링'이 자칫 지난해 촛불시위와 노동자들의 파업을 연상시키면서 외국인에게 오히려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준다며 교체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체 논란이 일었다.
어윤대 위원장은 특히 지난 20일 한국경영학회 주회 통합 학술대회에서도 "코리아 스파클링 같은 슬로건을 교체해 2013년 국가브랜드 순위에서 세계 15위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며 각가 브랜드 및 관광 슬로건 교체를 기정사실화했다.
◆ 문방위 소속 의원, 정치적 견해 따라 '찬반양론'
지난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관광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다이내믹 코리아'와 '코리아 스파클링' 브랜드 교체에 대한 찬반양론으로 엇갈려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Dynamic Korea를 계승 발전시켜 국가 이미지 향상을 국가적 차원의 어젠다로 정립해 국가 이미지 위원회, 국가이미지개발위원회, 해외홍보정책협의회 등을 구성하는 등 범정부적인 역량을 투입했다"며 "2004년 41.7%였던 브랜드 인지도도 2006년 61.7%로 높아지는 등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로 국내외에 뿌리내렸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그러나 지난 7년간 국가 이미지 제고에 선봉장 역할을 한 다이내믹 코리아는 이명박 정부들어 국정홍보처가 문화체육관광부로 이전되면서 이 영문 브랜도 사라져 올 12월이면 새로운 브랜드로 대체될 전망"이라며 "이는 브랜드 자산가치 상실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또 "코리아 스파클링은 구축하고 홍보하는데만 2006년 이후 현재까지 53억원이 소요된 사업"이라며 "더욱이 2007년 이후 현재까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브랜드를 채 3년도 안돼 교체하겠다는 것은 예산 낭비는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대한민국 위상과 신뢰도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한나라당 대부분의 의원들과 일부 보수야당 의원들은 '다이내믹 코리아'는 물론 '코리아 스파클링' 슬로건의 교체가 당연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나라 국가브랜드는 세계 33위로 경제규모 13위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다"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브랜드의 변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코리아 스파클링은 영어권 국가에서 조차 다소 생뚱맞다는 비판이 있고 한국의 정체성과도 차이가 있다" 며 "국가 브랜드를 상승시킬 수 있는 새로운 슬로건을 위해 코리아 스파클링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성윤한 의원은 "코리아 스파클링이 관광슬로건으로 채택된 뒤 한국관광의 인지도를 높이는 등 일부 성과가 있기는 했지만 대한민국 관광자산에 대한 상징성은 부족하다는 생각"이라며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관광슬로건으로 계속해서 사용해야 하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친박연대 김을동 의원은 "스파클링이란 원래 '불꽃을 튀는' '반짝거리는' '활기에 넘친'이란 뜻이지만 '발포성 포도주'란 의미도 있어서 그런지 '광천수'가 생각난다는 의견도 있다"며 "구체적인 의미 전달이 잘 안되는 막연한 구호나 이미지보다는 쉽고 친근하고 정감있는 국가 통합브랜드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세계에 알려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문가 "브랜드 네임 정치적 판단 안돼"
학계 및 업계 관광 전문가들은 관광 슬로건을 당장 교체하는 것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브랜드 및 관광 슬로건 교체 여부를 너무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에 대한 우려다.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코리아 스파클링을 도입할 당시 어감 때문에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고 전제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브랜드 네임을 쉽게 바꾸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관광브랜드는 처음부터 외국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선정한 것으로 투입된 예산도 만만치 않고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교체를 검토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전향적으로 대안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좋지만 당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교체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의 다른 전문가는 "정부 고위층의 입맛에 따라 채 3년이 되지 않은 관광 브랜드를 바꾼다면 외국에서 뭐라 생각하겠느냐"며 "거의 모든 국가가 관광슬로건을 갖고 있지만 이 슬로건이 외국인들에게 각인될 때까지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년이 걸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참 관광공사 사장도 21일 국감에서 이 문제와 관련 "코리아 스파클링은 미주, 유럽 등에서는 적합도에서 좀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며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보다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국가브랜드 및 관광슬로건 교체 논란의 진원지인 국가브랜드위원회 실무 관계자는 "현재 이 문제에 대해 외부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11월 말이나 12월 초 대통령 보고 이전까지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용역결과에는 국가브랜드 교체 여부는 물론 통합브랜드로 갈지 아니면 개별 브랜드로 갈지 등 모든 내용이 다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