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금융公ㆍ예보 등 여전히 줄다리기 중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금융공기업의 임금 삭감이 추석 연휴를 전후로 사실상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말 금융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기존 직원의 임금을 삭감키로 결정한 이후 산업, IBK기업, 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 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이 10월 들어 속속 임금 삭감안을 매듭 지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임금 삭감안을 마무리하지 못한 금융공기업은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대한주택보증 등으로 이들 공기업들 또한 늦어도 10월 말까지 모두 타결될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하고 있다.
이들 금융공기업은 기존 직원의 5% 임금 삭감, 연차 휴가의 의무 사용을 골자로 연봉제 도입과 차등 폭 확대 등의 노사 합의를 현재 끝마친 상황이다.
신ㆍ기보는 15일 ▲임금 5%삭감 ▲연차휴가 25%사용 의무화 ▲전 직원 연봉제 실시와 차등 폭 확대 ▲명예퇴직 실시 ▲자기계발휴가 폐지 ▲노조 가입 대상자 축소 등 그동안 노사 양측이 이견을 보이던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같은 날 산은캐피탈 역시 이달부터 기존 직원의 임금을 5% 삭감하고, 연차휴가 50%를 의무 사용하기로 노사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캐피탈은 앞서 임원 임금 25~50%, 대졸 신입사원 임금 25%를 각각 삭감했으며 부서장급 직원들은 지난 4월부터 임금 5%를 자진 반납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14일 전직원 급여를 5% 삭감하는 데 합의하고연차휴가 25%를 연내 의무적으로 사용키로 결정했다.
한은은 올해 임원 연봉을 10%와 대졸초임 연봉을 20%씩 각각 삭감하고 간부직원은 지난 4월부터 연말까지 매월 급여의 3~5%를 반납해왔다.
이에 앞서 캠코도 비슷한 내용의 임금 삭감안을 타결 짓고 이달 급여분부터 적용키로 확정했다. 특히, 캠코는 직급에 따라 임금 삭감을 차등화(1급 8%, 2급 7%, 3급 6%, 4급 5%, 5급 4%, 평균 5%)했다.
금융권 참가자들은 금융공기업의 이번 임금협상 과정에서 급여 반납 또는 삭감에 합의한 것을 두고 그동안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아온 금융공기업들이 세계적 경기침체로 줄어드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여론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은행권 참가자는 "사실상 예산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눈치를 살핀 것과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것이지만 소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이들 금융공기업들이 뒤늦게나마 임금 삭감에 합의한 것은 분명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울러 금융공기업의 이 같은 임금 삭감안 결정은 여전히 임금 삭감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시중은행들을 압박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공기업들은 임금 5% 삭감을 퉁해 마련된 재원으로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에 활용하고 앞으로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 노력 및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