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시장 침체에 SKT 및 SK네크웍스 보유지분 45%중 30%만 IPO키로
SK그룹이 지주사체제 전환 마무리 시점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SK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SK C&C 상장 시나리오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SK C&C는 공모 과정에서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총 1500만주(30%)중 1000만주(20%)를, SK네트웍스가 갖고 있는 총 750만주(15%) 가운데 500만주(10%)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그동안 SK그룹은 2007년 7월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켰지만 그룹내 순환출자와 금융회사인 SK증권의 자회사 보유 등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사항을 해소하지 못해 체제 전환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SK그룹은 지난 6월 지주회사 행위 제한 유예기간의 2년 연장 방안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해 승인을 받은 상태다.
특히 이번에 상장할 예정인 SK C&C는 SK그룹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해소 해야 할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주회사의 대주주인 이 회사의 지분 44.5%를 보유한 대주주의 신분으로 그룹의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이다.
SK C&C가 SK㈜ 지분 31.82%를 보유중이며, SK㈜는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의 지분을 각각 23%와 40%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시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각각 SK C&C의 지분을 30%, 15%씩 출자한 방식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당초 SK C&C 상장을 통해 SK C&C→SK㈜→SK텔레콤·SK네트웍스→SK C&C로 연결되는 순환 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할 방침이었다.
SK텔레콤이 갖고 있던 SK C&C의 지분 30%와 SK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던 15%를 모두 정리하면 최태원 회장의 SK C&C 지분(44.5%)은 그대로 유지한 채 순환출자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게 SK의 설명이다.
그러나 상장 일자가 다가오면서 공모시장이 얼어붙고 있어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과 보유하고 있는 SK C&C 지분 전량 매각에 부담이 생겼다.공모가가 예상보다 낮아져 지분을 많이 팔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이에 따라 SK C&C 상장 과정에서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매각을 위임한 자사 지분 45% 중 30%만 팔기로 했다. 나머지 15%는 증시상황을 보면서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매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2011년 6월까지 유예 받으면서 시간적 여유도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SK C&C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다는 전략인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 C&C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지주사 전환 속도에 탄력이 붙을 수 있기 때문에 분할 매각으로 수급부담을 줄이기로 한 것"이라며 "증시가 빠르게 좋아지면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 C&C의 나머지 15% 지분을 매각, 가능한 빨리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을 위해 추가적으로 남은 부분은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한 SK해운 지분과 SK증권 지분 처리다. 그러나 SK C&C로의 순환출자해소와 달리 SK해운의 경우 SK그룹 자체적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SK증권의 경우 국회에서 계류중인 금산분리완화법안의 통과 유무에 따라 향후 SK그룹의 전략에 변화를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산분리완화법안이 통과될 경우 SK그룹은 인적 분할을 통한 별도의 금융회사 설립을 통해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통과되지 않을 경우 SK가 아닌 SK텔레콤 등 자회사가 법적으로 1대 주주가 아닌 2~3대 주주 형태로 지분에 참여할 수 밖에 없어 향후 금융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SK그룹의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 C&C의 상장은 순환출자 해소를 통한 지주회사 체제 완성에 우선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SK그룹은 지주사 요건 충족 이후 신규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