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최근의 원ㆍ달러 환율이 국내 금융시장 펀더멘탈에 비해 과도하게 내려갔다는 인식과 더불어 1160원선까지 하락하자 시장의 쏠림현상이 과도하다는 판단을 내린 이후 환율 관리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동안 환율 하락에도 구두 개입과 같은 미세조정에 그쳤으나 10월 들어 환율이 1160원선까지 하락하자 강도 높은 달러 매수 개입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 2거래일 연속 가파른 내림세를 이어가자 외환당국은 10월 들어 서울 외환시장에서 앞으로 적극적인 환율 관리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환율이 1160원대까지 하락한 시점에서 한은의 외환시장 쏠림현상 과도 인식 발언이 전해지자, 외환시장에서는 일시적으로 달러 매수 심리가 우세해지며 환율 하락 폭이 다소 축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역외의 원화 대비 달러 매도 심리가 여전히 우세한 가운데 주가의 큰 폭 조정과 당국의 속도 조절에도 불구하고 역내의 숏마인드 역시 상당히 강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달러화 역시 반등 시도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여 원ㆍ달러 환율에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외환당국은 그동안 작게는 일평균 2~3억달러, 많게는 7~8억달러를 사들이며 속도조절 이상의 개입을 자제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환율 관리에 노력해왔다.
그러나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달 말 1200원선을 하향 이탈한 이후 꾸준히 레벨을 낮추는 모습에 기존의 소극적 입장에서 선회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대외적으로는 세계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글로벌 달러 약세가, 대내적으로는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세, 수출업체의 네고물량 공급, 무역수지 흑자에 따른 달러 공급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환율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당국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받고 외국인들도 순매도세로 돌아섰음에도 환율 하락세가 여전, 환율이 장중 1160원선까지 밀려나는 등 꾸준히 하락 압력에 노출되며 연저점 기록을 경신하자 환율 관리에 본격 돌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외환당국이 그동안 환율 하락에도 미세조정을 하는데 그쳤으나 환율이 1160원선까지 밀려나면, 구두개입에 이은 달러 매수 개입을 단행하는 등 1160원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환당국의 개입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수출업체가 한계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마지노선인 1150원선을 사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게 현재 시장의 중론이다.
다만, 글로벌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환율 하락 기조가 여전히 공고한 만큼 당국의 개입이 환율의 방향성을 돌려놓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원ㆍ달러 환율도 밤사이 미 달러 하락과 뉴욕증시의 큰 폭 반등에 힘입어 하락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전반적인 하락 압력 속에 당국의 속도 조절이 지속되겠으나 레벨 방어가 쉽지는 않다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무역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소식 등으로 외환시장내 달러화가 넘치고 있어 당국의 환율 조정 작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도 "글로벌 달러 약세에 따른 달러화 매도 심리가 역내외 참가자들 모두 강하다"며 "이는 환율이 앞으로도 하락할 것으로 보고, 달러를 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월 들어 환율이 장중 1166원선까지 하락한 이후 시장내 매도 심리는 더욱 강해진 분위기"라면서도 "당국의 외환시장 안정 의지를 시장도 잘 알고 있는 만큼, 금일도 환율 하락 압력에 대처하는 당국의 움직임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