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재평가 ‘열풍’…기업가치 상승 노린다

입력 2009-10-0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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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본래 가치는 불변, 섣부른 투자는 금물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기업들이 잇달아 자산재평가에 나서고 있다.

자산재평가란 취득원가로 표시된 자산을 시가로 평가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업들이 장부에 기재해놓은 취득원가가 길게는 수십년 이상 지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경우 자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엔 자산재평가 실시 이후 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산재평가 이후에도 기업의 본래 가치가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는 조심스런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효성, 대성산업, KCC, 일야하이텍, 손오공, 금강공업, 이구산업, 한진, 보루네오, 대호에이엘, 남선알미늄 등이 자산재평가를 실시 중이거나 완료했다.

KT와 함께 자산재평가 실시의 가장 큰 수혜주로 꼽히는 한국전력은 지난 9월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의 토지와 서초구 서초동의 한전아트센터 등의 자산을 재평가하기로 했다. 장부가로만 33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시세차익도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동 토지가 한전 전체 토지 장부가의 약1/6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자산재평가 대상이 확대될 경우 시세차익도 더욱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자산재평가는 주가 부양보다는 장단기적인 필요성에 의해 실시하는 것”이라며 “늘어난 자산은 2011년부터 반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전의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은 자산재평가 호재뿐만 아니라 3분기 영업이익이 호전되고 주가수익비율(PER)이 0.5배로 여전히 낮기 때문”이라며 “주가 급등의 원인을 자산재평가로만 분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자산재평가 실시를 완료한 기업들 중에는 수천억원의 차익을 거둔 기업이 적지 않다. 우선 대성산업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소재 사옥 등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3063억원에서 7408억원으로 자산이 증가했다. 시세차익만 4345억원에 이른다.

효성의 경우 경남 창원시 내동 소재 등 총 415만5천21㎡ 규모의 토지에 대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결과 8674억원의 재평가차익을 거뒀다.

휴대폰 케이스 생산·조립전문 회사인 일야하이텍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439-3번지 49블럭 소재 보유 토지를 재평가해 75억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손오공은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역곡동 24-32,33의 재산재평가 결과 45억원의 평가차익을 챙겼다. 이구산업도 지난 1월 보유 토지에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이후 520억원의 평가차익이 발생했다. 이밖에 KCC는 지난 1일, 금강공업은 지난달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익찬 연구원은 “매각이나 현금화가 되면 가치평가에 포함되는 것이 맞지만 장기간 영업에 사용되는 경우 토지에 대한 영업가치는 빼줘야 한다”며 “자산재평가 실시 이후에도 기업 본질의 가치는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주식투자에도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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