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신호에 기업 구조조정 '공염불'

입력 2009-09-2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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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기업 "일단 버텨보자" 로 계열사 매각 미뤄

세계 경기침체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 신호로 인해 다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특히 일부 대기업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계열사를 매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성사된 경우는 극히 드문 현실이다.

이는 경기 회복 조심이 뚜렷해지자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매를 맞더라도 일반 버텨보자"는 심리와 함께 금융권 내부의 갈등으로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가 무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생명 매각 작업이 교착상태에 빠진데 이어 대우건설 매각도 추진중에 있으나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고심중이다.

특히 금호생명의 매각 협상의 경우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칸서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계약 시점까지 자금 유치에 실패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달 내 금호생명 매각을 끝낸다는 목표로 칸서스 외에 다른 곳들과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교착상태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구조조정 일정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동부그룹의 계열사인 동부메탈 매각 작업도 삐걱거리고 있다. 산업은행이 이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각 가격을 놓고 동부 측과 이견이 크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메탈 매각건은 몇달동안 진행돼왔고 여러가지 쟁점에 대해서도 합의를 도출했다"면서 "다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격에 대한 이견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조정하는 과정이며 아직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기업 구조조정에 나섰던 중견 건설업체나 조선업체의 경우엔 아예 구조조정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올해 초 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받았던 중견 건설업체 현진은 금융권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지만 최근 금융회사들이 발을 빼면서 결국 부도를 내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금융회사들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상보다 신규 자금이 많이 들어가면서 손을 뺐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운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선박펀드를 통한 선박 매입 작업도 은행들의 반대에 부딪혀 진통을 겪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1차 매입 대상으로 선정한 62척의 선박 중에서 지금까지 17척을 사들였으며 추가로 10척 미만의 선박에 대해서만 매입을 추진 중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유동성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구조조정이 결정된 기업들이 최근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면서 일단 버텨보자는 심리가 강해졌다"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판까지 버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기업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을 이끌어내야 할 은행도 마찬가지라는 분위기다. 한계기업을 퇴출시키거나 구조조정 기업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은행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칫 잠재부실이 현실화되고 개선된 경영실적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또 매각 대상 매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금융권의 자금 부담이 커진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많은 대기업들이 대우건설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는 것도 이같은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계 안팎에서는 기업 매각 등을 통한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불황에 따른 자금난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했던 기업들 조차 그 범위를 최소화하려고 했던 만큼 최근 경기회복 조짐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경기 회복기에 걸맞은 구조조정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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