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인상 비난에도 CD발행 고집하는 은행

입력 2009-09-28 07:21수정 2009-09-28 07:32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전문가들 "예금보다 대규모 자금조달 쉬워 선호"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상승세가 최근 심상치 않은 가운데 이 같은 금리 인상을 주도하는 시중 은행들의 CD발행이 지속되는 배경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D금리는 지난 24일까지 최근 거래일 기준으로 열흘째 계속 오르면서 0.15%포인트 상승한 2.72%까지 치솟았다. 이는 최근 한달반 사이에 무려 0.3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지난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진 이후로도 0.14%포인트 이상 오른 말 그대로 가파른 상승세다.

금융권 참가자들은 CD금리의 이 같은 상승 배경으로 일부 은행들이 최근 시장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CD발행에 나서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재차 CD금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CD금리에 따라 달라지는 변동형 대출을 선택한 대출자들은 금리가 연일 올라가면서 이자로 돈을 더 많이 내야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어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최근의 CD금리 상승은 작년 금융위기 당시 시중 은행권을 중심으로 유동성 확보 차원의 CD 발행이 대폭 증가한데 따른 CD금리 상승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궁금증을 자아낸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 은행들은 예금 지금의 급속한 이탈과 더불어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으로 인해 달러화 차입 길이 막히며 유동성 확보를 차원의 CD발행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올들어 주요 경제지표가 동반 개선되는 등 금융시장은 급격한 침체에서 벗어나 점차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고 은행권 역시 자금 사정이 호전되는 상황이라 CD발행은 더욱 의아할 수 밖에 없다.

9월 은행별 CD발행 동향에 따르면 영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이달 들어 무려 4400억원의 CD발행에 나서 CD금리 상승을 사실상 견인했다. 이 은행은 자난 8월에도 7400억원의 CD를 발행해 전체 발행 물량의 23%를 점유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민은행(4000억원), 농협(2500억원), 하나은행(1700억원) 등 시중 대형은행보다 발행 규모가 큰 수준이다. 기업은행(5000억원)이 CD발행에 나섰지만 발행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낮아 CD금리에 별다른 영향은 없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현재 단기자금 시장에 자금이 풍부한 상황이라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CD를 발행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은행들이 CD 발행에 나서는 이유는 예금보다는 대규모 자금조달이 손쉬운 CD발행을 선호하는 구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 외에는 딱히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 증권사 은행 담당 연구원은 "이번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조명 받게 된 상업은행의 핵심 경쟁력인 영업점을 통한 자금 조달과 관련해 국내 은행들을 비교해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은행들이 손쉬운 CD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익숙한 나머지 은행의 본 기능인 시장성 수신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에는 정작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수익성뿐만 아니라 영업점을 통해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시장성수신인 CD의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크고 이러한 위험이 금융위기로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자금조달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상 최고의 외국인 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국내증시가 호조세를 보임에 따라 은행권에 머물던 시중 자금이 빠르게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어 돈줄이 마를 것에 대비한 CD발행을 크게 늘린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 시중은행 자금 담당 부장은 "현재 자금조달이 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금리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CD를 발행하는 건 아무래도 기준금리 인상에 선제 대응할 목적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은행별 발행 조건과 자금 사정이 각기 다르겠지만 지금의 CD금리 급등 현상은 시장의 수급보다 금리인상 기대감 때문이라는 인식을 반영한 만큼, 가능한 조달 여건이 양호할 때 돈을 끌어모으자는 은행들의 심리가 깔려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