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 "글쎄"

입력 2009-09-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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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ㆍ경험ㆍ시너지효과 없다"...효성 "인수 가능성 타진 정도"

효성이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에 하이닉스 인수의향서(LOI)를 단독으로 접수한 가운데 반도체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가 국내 대기업 43곳을 대상으로 매각 안내문을 발송한 결과, 효성만이 LOI를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슨 시너지가 있겠는가"라고 되물으며 "돈도 없고,경험도 없고,시너지도 없다"고 단언했다. 한마디로 효성의 인수 의지에 회의감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28% 주식 지분율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하이닉스의 인수에 드는 비용은 최소한 4조원대로 파악된다. 여기에 하이닉스의 부채만 약 8조원에 달한다.무엇보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매년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운영자금을 효성이 조달할 수 있겠느냐가 의문이다.

효성의 지난해 매출규모는 약 9조6000억원이었지만 연간 영업이익은 48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리더십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최소한 2~3조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반도체 산업 사이클로 볼 때 하이닉스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적어도 18개월에 생산라인 하나씩은 해야한다"면서 "신규 라인 하나를 만드는데 3조~4조원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2조원 정도는 하이닉스 내부에서 조달해도 나머지는 외부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효성이 재무적으로 안 될 것 같다"면서 "효성이 왜 인수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도 "반도체 사이클이 지금은 D램 및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으로 괜찮지만 불황이 오게 되면 (효성이) 그 상황을 끌고 갈 수 없을 것"이라면서 "(효성은) 반도체를 알지 못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송ㆍ배전용 변압기 등 중공업부문과 산업자재부문, 화학 및 섬유부문을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인 태양광발전, 풍력발전부문을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반도체 산업과의 연관성이 있는 사업분야가 화학부문 내에 반도체 및 LCD생산공정의 세정용 가스인 NF3 상업생산을 개시한 것 정도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효성이 하이닉스 LOI를 접수한 배경에 산업 외적인 고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취임한 최경환 장관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닉스 등에 대한 매각작업을 빨리 마무리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힐 정도로 정부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총수로 있는 효성이 LOI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효성의 LOI제출로 하이닉스의 연내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효성과 하이닉스의 M&A에 대한 시너지효과가 불투명한만큼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채권단에서도 효성의 예비 입찰 제안서 등의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의 변수도 있을 수 있고, 인수에 이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효성 관계자도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한편 하이닉스 주식관리협의회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10월 중으로 예비입찰 제안서를 접수받고, 이어 본입찰 및 실사 등을 거쳐 11월말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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