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매각 앞둔 종합상사 '군침'

입력 2009-09-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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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인터 · 현대종합상사 매각 추진에 포스코·한화그룹 · STX 인수 검토

대우인터내셔널과 현대종합상사 등 매각을 앞둔 대형 종합상사들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 광물자원 개발 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도 국내 주요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중 하나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이달 중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대우인터내셔널의 매각 방안이 결정할 방침이다. 이어 다음 달에 주간사가 선정될 예정이다. 이후 매각 공고를 내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매각을 마친다는 게 캠코측의 계획이다.

현대상사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도 올해 하반기 내 상시 매각을 통해 거래를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외환은행은 올 초 거래가 한 차례 유찰되면서 재매각을 추진하기가 부담스러웠지만 최근 내부적으로 실사를 마치고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주주협의회 관계사들과 논의를 재개한 상태다.

이처럼 종합상사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움직임을 보이자 한화그룹, STX그룹 등 주요 기업들도 인수전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종합상사를 좋아하는 것은 건실한 경영지표에 있다"면서 "아울러 다양한 사업군을 영위하는 만큼 사업시너지 효과가 큰 데다가 '자원개발'이란 성장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우인터내셔널은 2000년말 대우그룹에서 떨어져나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에 들어간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과 대외공략을 병행하면서 2003년말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지금은 매출 11조원의 알짜회사로 성장했다.

현대상사도 지난 2003년 국외법인 부실로 인한 유동성 문제로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지난해 매출 2조8372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44% 성장한 517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회복했다.

특히 대우인터내셔널의 인수합병(M&A)이 주목받는 것은 이 회사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492만 주·24%) 때문이다. 자체 평가액만 5380억원에 이르는데다 앞으로 주식시장 상장이 예상되고 있어 그만큼 가치 상승 기대가 높다.

아울러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페루, 오만 등 5개국에서 탐사, 생산 및 플랜트 사업을 벌이고 있고 동남아 지역과 중앙아시아에서 신규 탐사사업에 착수하는 등 종합상사중 자원개발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얀마 가스전, 마다가스카르 니켈광산 등 매장량을 공인받은 곳이 대부분이다.

현재 대우인터내셔널에 관심을 갖는 기업은 한화와 포스코. 김승연 한화 회장은 최근 "매물로 나오면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매각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좋은 매물은 어디라도 관심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했을 경우 그룹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그레이트 챌린지 2011' 달성을 앞당켜 글로벌 전략을 다시 세울 수 있다. 또 주춤하고 있는 자원개발사업에 대우인터내셔널의 노하우를 접목,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생명을 보유한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교보생명 2대 주주인 대우인터내셔널을 탐 낼만 하다는 관측도 업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나은채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그룹은 수출비중이 90% 이상인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로 110여개에 달하는 해외네트워크 활용이 가능하게 된다"며 "뿐만아니라 교보생명의 2대주주 위치까지 확보해 대한생명과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대우인터내셔널이 세계 주요 철강회사들의 수출입 창구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인수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의존도는 계열 종합상사인 포스틸보다도 높다.

실제로 대우인터내셔널은 수출 가운데 50% 이상을 철강이 차지하고 있고 종합상사중 가장 많은 해외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상사는 주요 사업인 무역업 외에도 조선(칭다오 조선소)과 자원개발 사업에서 강점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실적 모멘텀과 자원개발사업(E&P) 가치에 비해 저평가 돼 있어 인수시 기업가치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장점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상사는 지난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현대중공업 외에도 STX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STX는 지난 16일 현대종합상사 인수설과 관련한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인수 참여 여부를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 인수참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공시했다. 그동안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STX가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참여 검토 작업을 진행중인 만큼 사실상 STX가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STX는 국내 진해 조선소 이 외에도 중국 다롄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상사의 칭다오 조선소와 함께 중국 기지 확대를 통한 시너지가 더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STX가 이희범 STX에너지 회장을 영입하는 등 자원, 에너지, 플랜트 분야에서 신규 전략 사업을 찾고 있어 현대상사가 기존에 보유한 광구 지분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M&A 전문가는 "종합상사는 잘 짜인 국외 네트워크는 물론 인수 후 그룹 외형이 커지는 효과까지 있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면서 "유가상승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자원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종합상사의 노하우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신사업 개발에 나서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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