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서지 않는 외환당국..왜?

입력 2009-09-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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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희일비 않겠다지만 엔고 덕 보는 수출환경 때문

최근 글로벌 달러화의 초약세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 유입에 따른 국내증시가 연일 급등세를 연출하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방위적인 하락 압력에 노출된 모습이다.

이 같은 서울 외환시장 분위기 속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 1220원선을 내주며 연저점 부근에서 거래를 종결한 뒤 이날도 글로벌 금융시장 랠리에 힘입어 개장과 동시에 연저점을 가볍게 돌파, 현재 1210원 초반 부근까지 몸을 낮췄다.

원ㆍ달러 환율이 급격히 떨어질수록 즉, 연일 계속되는 가파른 원화값 강세를 늦추기 위한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임에 분명하나 당국은 현재까지 외환시장에 별다른 개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의 연저점 돌파로 저가 인식이 강해지면서 시장내 달러화 매수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지만 시장 전반에 걸쳐 형성된 숏 마인드가 워낙 우세해 당국의 개입 말고는 환율 하락을 막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지난주부터 원ㆍ달러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음에도 당국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정부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는 있지만 현재까지 개입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원화값이 급변동하면 안정화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최근의 원화값 강세 현상이 국내 요인보다 국제적인 흐름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사실 이달초부터 국제 외환시장내 달러화 약세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달러 약세, 엔화ㆍ유로화 강세 기조가 정착된 모습"이라며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원화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한 것이고 국내 경기의 가파른 회복과 금융시장 호전이 맞물려 환율을 끌어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국제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 요인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외환 당국이 최근 시장 변화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인지라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외국계은행의 또 다른 딜러도 "최근 원화값이 연중 최고치에 육박하면서 당국의 개입 우려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시장 전망이 우세하지만 환율 하락 기조 정착은 추세적이라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반영, 여전히 시장을 관찰하는 수준 이상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달 초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확장적 재정ㆍ통화 정책을 유지키로 결정하면서 경기부양 의지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달러화 약세 기조를 가속화시켰고 우리나라 정부와 금융통화당국 역시 이 기조를 따르고 있어 시장 모니터링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환율의 가파른 하락에도 불구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판단이 유효하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원화가 통상 달러화에 비해 강세를 보일수록 수출 경쟁력과 관련된 시장내 우려가 고개를 드는 속성이 있다. 이러한 시장 우려를 반영해 정부의 개입 경계감이 외환시장내 확산되는 게 대체적인 패턴이다.

KTB투자증권의 최근 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의 수출 환경이 아직 엔고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며 최근 원화가 주요국 통화 대비(특히, 미 달러화) 빠르게 절상됐지만 당국이 수출 경쟁국 통화에 비해서는 크게 절상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 당 80엔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어 원화 강세에 대한 관심 또는 우려도 같이 커지는 모습이나 당국은 현재 1 달러 당 1200원 내외의 환율이 우리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증권사의 정용택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수출 경쟁국 통화와 원화의 상대환율은 대부분 현재 비슷한 수준이거나 지난해 9월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원화가 절하된 상황"이라며 "우리의 최대 수출 경쟁국인 일본 엔화와 비교해 보면 여전히 작년 9월말 대비 19% 가량 평가절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 "환율로 판단하는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우리 수출이 원ㆍ달러 환율의 추가적인 하락을 감내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오히려 지난 8월 초 이후 상대 환율은 더 절하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여전히 수출 시장은 엔고의 덕을 보고 있다는 판단이며 당분간 외환시장에서 정부의 개입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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