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숨죽이고' 당국은 '느긋'.."시기만 늦췄을 뿐"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중징계 결정이 일단락되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이제 환헤지옵션상품인 키코(KIKO)를 부당하게 권유한 시중 은행의 징계 결정으로 관심을 이동시키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3~4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키코 사태와 관련해 문제점이 드러난 한국씨티ㆍSC제일ㆍ신한ㆍ하나ㆍ외환은행 이른바 '키코 5인방'에 내리기로 했던 징계를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보류한 바 있다.
금감원은 당시 은행과 키코 상품에 가입한 기업간 진행중인 소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유보키로 결정했다는 답변을 내놨지만 황영기 회장 징계 건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 처사라는 평가로 시장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는 은행 측에서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판단을 미뤄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충분한 설명 없이 키코를 판매한 책임을 인식했음에도 불구, 은행들의 피해를 우려해 징계를 미룬 것은 이중적이라는 비판은 바로 여기서 나왔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동안 황영기씨 중징계 결정으로 인해 금융당국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키코 불완전 판매에 나선 은행에 대한 징계 논의가 앞으로 본격화 될 것이라데 대체로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현재 금융권 참가자들은 키코 불완전 판매 은행들에 대한 징계 수위가 언제 이뤄질 것이며 징계 수위는 어느 정도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특히, 시장은 지난해 키코 판매가 가장 많았던 한국씨티ㆍSC제일ㆍ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들의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점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나 거래 기업과 손실 규모에 따라 몇몇 은행들은 경징계로 끝날 수도 있다고 봤다.
이는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가 뒷받침 한다. 작년 8월 말 기준 외환ㆍ한국씨티ㆍ신한은행 등 3개 은행이 키코 거래를 한 기업 수는 총 460개사로, 전체 664개사의 약 70%를 차지했다.
외환은행은 당시 기준으로 209개 기업과 키코 거래를 했으며 상대 기업들은 평가손익을 포함 총 322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한국씨티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134개, 117개 기업에 키코 상품을 판매했고, 상대 기업들은 각각 4089억원과 3272억원의 손실을 봤다.
SC제일은행의 겯우, 키코 거래 기업은 34개사에 불과했으나 거래 기업 손실이 무려 1432억원이나 발생했다. 산업은행은 19개 기업과 거래했고 해당 기업은 총 162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시장의 이 같은 호들갑에도 당국의 입장은 현재까지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기업과 은행간 소송이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이므로 금융당국의 행정 처분이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
실제로 금융당국이 키코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사전 예고한 제재 수준은 은행별 임직원에 대한 제재외에는 해당 은행에 대한 추가 '기관경고' 등의 제재가 잡혀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경고 여부 또한 오는 11월께 키코에 대한 본안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는 것을 참고한 뒤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라는 게 현재까지 알려진 전부다.
한편, 금융당국은 키코 관련 징계 확정 시기가 법원 판결로 늦춰질 것일 뿐이라며 키코 거래에 나선 전 시중 은행이 징계 대상이기 때문에 당초 부당 권유와 같은 불완전 판매에 나선 상당수 관련자에 대한 징계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금융당국의 키코 불완전 판매 은행에 대한 징계 시점과 수위는 당장 다뤄질 가능성이 없으므로 시장 참가자들도 관련 사태 추이와 관련해 긴 호흡을 갖고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업들에 키코 불완전 판매로 손실을 입힌 것도 문제지만, 은행이 키코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여신심사시 받아야 하는 보증금을 면제하고 과잉 영업에 나서 손실을 본 부분도 제재 대상"이라며 "신용리스크 관리에 미흡했던 점을 문제삼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환헤지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소속 250개 기업의 환차손은 무려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키코 판매 건수는 한국씨티ㆍ신한ㆍ외환ㆍSC제일ㆍ산업ㆍ국민ㆍ하나ㆍ기업ㆍ우리은행 순으로 많았고 키코 미지급금 등 손실 규모는 SC제일ㆍ한국씨티ㆍ신한ㆍ국민ㆍ기업ㆍ하나은행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