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퇴직연금 경쟁 ‘점입가경’

입력 2009-09-15 08:24수정 2009-09-1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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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꺽기 영업 산물" vs 은행, "당연한 영업 결과"

은행과 보험사들이 퇴직연금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퇴직연금 강자로 군림 해 온 보험사들이 고객들을 은행에 빼앗기면서 ‘꺾기 영업’을 하는 게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고 은행들은 보험사보다 혜택이 많을 뿐더러 영업력을 강화해 나타난 당연한 현상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이 늘어나자, 그동안 독주를 해 온 보험사들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

보험업계는 7월말 현재 생명ㆍ손해보험사 퇴직연금사업자 추산 적립금은 합쳐 3조684억700만원으로 전체 적립금 8조4771억원의 36.1%에 그쳤다.

지난해 말 40% 이상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중 생명보험이 2조5601억4100만원로 보험업계에서 83%를 차지하고 있으며 손해보험이 1조717억1800만원로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개별사 적립금 현황으로 삼성생명(1조5910억원)은 아직까지 독보적이지만 시장점유율이 최근 두 달간 20%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퇴직연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반면 은행권은 지난 7월 적립금액 기준으로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51.1%(4조3368억원)를 차지하는 등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50%의 벽을 넘어서고 있다.

은행별 퇴직연금 규모를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7월 말 현재 8352억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은 8169억원, 신한은행 7932억원, 기업은행 4089억원, 하나은행 2735억원 등을 기록하고 있다.

각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전년 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고 많게는 3배 이상 급증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은행권 영업담당자들이 주거래은행이라는 우위를 가지고 기업들에게 퇴직연금 가입 압박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앞세워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되는 이른바 ‘꺾기’ 영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종 꺾기와 대출 압박으로 반강제 판매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은행 특성상 은행들은 앉아있어도 고객이 찾아오는 시스템이지만 보험은 직접 발로 찾아 다녀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은행권 측은 무리한 영업을 하다가 자칫 퇴직연금 투자액이 손실되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꺾기 영업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고재설 우리은행 퇴직연금 연구소 부부장은 “과거에는 각 기업들의 퇴직연금 담당자들이 근로자를 대표해 운용할 곳을 선택했지만, 지금은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근로자 입장에서는 같은 조건이라면 거래 편리성과 복합거래 기능을 갖춘 은행을 선택한 것”이라고 박박했다.

고 부부장은 또 “근로자들의 흐름이 보험사에서 은행으로 이동하는 것이지, 꺾기나 편법 영업을 한다고 해서 퇴직연금을 쉽게 유치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고객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았고 퇴직연금 역시 시장논리에 맞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퇴직연금 비중이 낮아지면서 각 보험사들은 퇴직연금 상품을 출시하고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신규가입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말 출시한 '자산관리퇴직연금보험'이 독창성을 인정받아 생명보험협회로부터 3개월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얻었다. 배타적 사용권이란 독창성 및 상품성이 우수한 상품에 부여하는 일종의 상품 특허제도이다.

교보생명은 최근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LG텔레콤 직원 150여명을 상대로 '노후설계 공동설명회'를 진행했으며 대한생명은 퇴직급여 회계컨설팅이 가능한 퇴직연금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생명은 기업 퇴직연금 담당자를 대상으로 맞춤식 퇴직연금 심화교육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특히 점포 수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시중 은행과 영업력을 놓고 경쟁하기보단 30년 이상 축적한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품개발과 기업 교육 및 컨설팅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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