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출구전략 임박 시사에 금융권 긴장

입력 2009-09-12 11:21수정 2009-09-1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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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등 수신기관 예금금리 인상 등 자금이탈 방지 총력

지난 11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부동산 등 자산버블을 우려하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식석상에서 강력히 시사한 것을 두고 금융권은 사실상의 출구전략이 가동됐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금융권은 9월에도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동결이 아닌 동결'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한은이 본격적으로 유동성 흡수 작업에 나서기 전 자금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력한 모습이다.

올해 초 단기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으로 몰렸던 풍부한 시중 자금이 이성태 총재의 매파적 발언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 상승기가 연내 도래할 것이라는 인식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고금리와 고수익을 찾아 움직이려는 자금의 이탈을 방지하고자 시장금리를 속속 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9월 국제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 금융회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판매한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이를 묶어두고자 시작된 금리 인상 추세가 한은의 출구전략 본격 가동 전망으로 불이 붙었다는 것.

은행권은 따라서 지난해 고금리 예금 만기 도래자들의 자금 이탈을 최소화하고 그동안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리고 싶었으나 시장금리가 낮아 망설였던 소비자들까지도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통해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일단 외국계 은행들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씨티은행이 지난 8월 20일 판매를 시작한 '참 똑똑한 A+통장'은 출시된 지 보름 만에 판매액 5000억원을 달성했다.

이에 앞서 씨티은행이 지난달 '프리스타일 정기예금' 이라는 상품을 2년 만기 5.0%라는 파격적인 금리를 적용해 약 3주 만에 3000억원의 판매 실적을 쌓기도 했다.

SC제일은행도 지난주 10일부터 '퍼스트정기예금' 금리를 종전보다 0.2%포인트 인상하고 1년 만기 최고 연 4.3% 이율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국내 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은행이 이달 초(2일)부터 1년 만기 '키위정기예금'의 금리를 0.01%포인트 올려 우대금리 0.6%포인트를 포함해 최고 연 4.4%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1년 만기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도 지난 주부터 최고 연 4.0%를 적용중이고 신한은행은 1년짜리 '민트정기예금'에 대해 최고 4.1%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예스 큰기쁨 예금'의 경우 현재 최고 4.3%의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 3,6,9 정기예금' 이라는 상품에 1년 만기 최고 연 4.3%의 금리를 적용중이다.

은행들이 금리를 연 4%대로 인상하자 저축은행들도 연 5%대 금리로 맞불을 놓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과 신라저축은행은 이달 들어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를 각각 4.7%에서 5.1%로 올렸다.

또 최근 동부저축은행이 5.0%, 신민저축은행 5.2%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각각 제공한다. W저축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특판을 통해 가입기간 18개월 이상은 5.4%, 24개월 이상은 5.6%, 30개월 이상은 최대 6.0% 금리를 준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시중 금리가 오르고 있는 데다 국내외 은행 및 저축은행 등 가릴 것 없이 예금금리를 속속 올리고 있다"며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향후 이들 예금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은 높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지난 8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통해 확인됐듯이, 머니마켓펀드(MMF)와 주식형펀드 등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재차 은행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시중 은행의 고금리 경쟁이 어느 정도는 먹혀든 셈"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은행의 수신 증가가 정기예금보다는 수시입출식 예금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시중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은 여전했다"며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아지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불안한 모습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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