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일짱'] 프리스케일반도체 이승열 부장

입력 2009-09-10 14:50수정 2009-11-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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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에서 영업맨으로…“즐겁게 일하는게 삶의 활력”

우리나라 직장인 대부분은 '노동'에 대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의 노력으로 생각한다. 금전적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에 있어 일은 필수적이며,가치의 척도로 여긴다.

하지만 일을 즐겁고 활기차게 생각하는 직장인은 그리 많지 않다. 단순히 삶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프리스케일반도체코리아(이하 프리스케일) 이승열(45ㆍ사진)부장 역시 '일이 즐겁다, 재미있다'는 생각을 최근에 갖게 됐다.

올해 11월이면 프리스케일에 몸 담은지 10년째 되는 해인만큼 남다른 감회가 밀려오는 것도 새삼스럽지만, 이 부장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시기라는 점에서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이 부장은 반도체 중에서도 홈네트워킹 분야의 전문 기술자였다. 대우전자 영상연구소에서 첫 직장생활을 한 그는 1999년 프리스케일(당시 모토로라)에 입사하며 지금까지 한번도 이직을 하지 않았다.

당시 외국회사에 관심이 없던 상황에서 지인의 소개로 들어온 그는 수직적인 한국 기업과 달리 가족적인 분위기와 자신의 역량을 인정해주는 기업문화에 녹아들며 일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됐다.

“대우시절 당시 IMF가 터지면서 매일 시위와 다툼에 시달려 회의감이 밀려왔다. 그러던 중에 친구 소개로 프리스케일에 문을 두드리게 됐다. 처음에는 영어의 압박감과 굳이 외국회사에 가야하는가로 갈등을 많이 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프리스케일은 글로벌 기업 가운데에도 장기 근속자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자신의 역량과 책임감에 비중을 둔다는 것이다.

이승열 부장이 처음 프리스케일에 입사했을 때만해도 그동안 일해왔던 기술직이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만으로는 부족했다. 이 부장 역시 ‘일 다운 일’을 해보고 싶었다.

6년째 순탄한 직장생활을 영위하던 이 부장이 선택한 것은 치열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영업부였다. 프리스케일의 영업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각 거래처별로 팀이 꾸려진다.

보험이나 자동차 등 개인 상대의 영업과는 차원이 다른 셈이다. 거래처 관리는 필수이며, 좀처럼 자신의 감정도 드러내지 못한다. 영업에 있어서는 이제 4년차. 아직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이 부장은 기술자의 6년보다 영업에서 4년이 더 재미있고 일할 맛이 난다며 너스레를 떤다. 처음에는 상사와의 불협화음으로 과민성 대장 증상이 발병될 정도로 심적으로나 육체적인 고통이 뒤따랐다. 6년만에 처음으로 이직일 결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이 정도 고통에 무너진다면 다른 곳에 가서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줬다.

그 결과 첫해 관련 분야에서 매출의 40% 신장을 이끌었고 이후 매년 20% 이상을 책임지는 ‘영업맨’으로 우뚝 서게 됐다.

이 부장은 “내가 영업팀에 왔을 때는 이미 시스템 반도체 업계가 하향세를 그리는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상품을 마케팅하기 시작했다. 이 판단이 적중하면서 네트워크 분야는 국내에서 가장 강한 팀으로 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직이 바꿔 놓은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평소 소심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그는 사내에서 ‘트리플A’로 불린다. 혈액형이 A형인데다, 너무 소심한 성격을 지녔다고 해서 붙인 별명이다.

사실 모든 일에 실천력과 추진력이 강하기 때문에 자칫 소극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이 부장은 별명이 그렇게 싫지 않은 모습이다.

“이제야 일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 것 같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갔지만 앞으로의 생활이 더 기대된다. 어느 순간부터 직장생활 자체가 불안하다는 생각이 사라진 것도 이런 이유다. 이제는 일이 즐겁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승열 부장은 회사의 리더가 되는 것이 꿈이다. 어쩌면 소박한 포부일 수도 있지만 강한 의지와 자신감이 없이는 올라설 수 없는 자리다. 오늘도 ‘노동’이 아닌 ‘즐거움’을 찾기 위해 그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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