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현대모비스와 2차전지 동업 "고민되네"

입력 2009-08-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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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수요처 확보 가능하지만 원천기술 빼앗길 수도 있어 망설여

LG화학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2차전지) 생산을 위한 현대모비스와의 합작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라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원천기술만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생산업체인 LG화학과 자동차 종합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는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를 공동 생산하는 방안을 놓고 합작법인 설립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중이다.

두 회사가 생산할 배터리는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리튬이온전지(셀)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팩(pack)을 합친 완제품이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LG화학이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해 합작법인에 납품하면 합작법인은 팩과 운영시스템 등을 합쳐 완성차 회사에 최적화된 완제품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작법인 설립으로 배터리를 공동생산하게 될 경우 현대모비스는 안정적으로 자동차용 배터리를 확보할 수 있고 친환경 전기자동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원천기술도 습득할 수 있다"며 "반면 LG화학은 안정적이며 장기적으로 수요처를 갖게 돼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LG화학이 지금은 국내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자동차용 전지 생산업체지만 보쉬와 합작한 삼성SDI가 BMW에 배터리를 공급키로 하면서 실력을 검증 받았고 SK 등 대기업들도 속속 전지산업에 뛰어들고 있어 방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대모비스와의 합작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LG화학측은 "현재 현대모비스와 차세대 차량용 배터리 합작생산에 대해 협의한 바는 있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LG화학이 합작생산에 대한 시너지 효과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LG화학만의 고민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자칫 합작생산에 나섰다가 국내 최고의 배터리 관련 원천기술만 현대모비스측에 빼앗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

현대모비스가 그동안 하이브리드차의 배터리 개발 및 생산에 큰 관심을 표명해 왔으며 이번 합작도 현대모비스의 적극적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점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작사가 설립된 뒤 양사간 이해관계가 첨예해질 경우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질 가능성도 높다" 며"현대모비스가 LG화학으로 부터 원천기술을 습득한 뒤에는 독자적인 생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자동차업계의 경우 독자 생존을 위해서라도 당장 배터리 생산과 관련한 핵심 기술까지는 아니지만 변두리 기술(팩) 하나라도 확보하려는 전략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LG화학은 GM과 리튬이온전지 및 팩을 통째로 공급하는 형식의 계약을 맺었으나 GM의 요구로 팩을 제외했다. 나머지 팩 부품은 LG화학의 기술을 이전받아 GM측이 자체 생산하는 쪽으로 계약을 변경했다. 따라서 현대모비스도 합작사를 통해 GM처럼 팩 부품 기술을 습득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의 핵심부품인 리튬이온전지뿐 아니라 팩까지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업체라는 점도 LG화학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 SK 등 대기업들이 전지산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완제품을 일괄납품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만큼 수요처 확보에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팩과 운영기술 적용 등 배터리 완제품 생산이 가능한 LG화학으로써는 합작사에 따른 잠재적 손실을 감수할 가능성보다는 경쟁력 우위를 살리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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