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료체계 의존도 높아...'발등의 불' 정부 강제실시 복지부동
각급학교 휴교와 개학연기 등 온국민의 공포감이 일고 있다. 그간 정부는 안일하게 신종플루 확산에 방치해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긴급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치료제 확보에 분주히 나서라는 24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분주히 대책마련에 나서며 뒷북 행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신종플루와 함께 남반구에서 계절인플루엔자가 동시에 퍼지면서 높은 독성으로 변이함에 따라 가을철에 북반구에서 유행할 가능성.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은 신종플루가 공공의료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나라에서 사망률이 높은데 한국은 민간의료 의존도가 높아 더욱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뒤늦게 치료제, 백신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국제 제약회사 특허권에 막혀 목표량 확보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민간의료 정책 필요하며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사연은 외국 백신 생산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와 GSK가 국내용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녹십자가 생산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준비공정에 머물러 있어 대유행이 시작되는 시기를 10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나, 국내 생산속도로는 11월이 지나야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사연 이은경 연구원은“공공의료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나라에서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치료제와 백신 확보에 힘을 쏟아야겠지만, 한정된 보건예산에서 어느 쪽에 방점을 찍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의 논의가 시급하다며 "우리나라의 국가적 차원의 질병관리체계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인 현실에서 당연한 결과로 현재 보건소와 민간의료기관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고, 국립대병원인 서울대학교병원 마저 신종플루 거점병원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이 연구원은“일정 비율의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일선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적절한 정책수단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신종플루의 위험성이 현실화된 시점에서 의료민영화정책까지 추진한다면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어 정부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종플루 치료제 확보를 위해 정부가 '강제실시'를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강제실시란 특허를 가진 자의 동의 없이 강제로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강제실시권 발동을 통해 행사하며 세계무역기구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에 이 권리가 규정되어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특허법 내에 강제실시 규정을 두고 있고 9.11 테러 이후 미국은 독일 바이엘사의 탄저병 치료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바이엘사의 특허권에 대해 강제실시를 시행한 바 있었다.
특허청은 지난 6월에 주무 정부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의 청구가 있으면 타미플루에 대한 강제실시권 발동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는 "특허법상 강제실시권은 전시나 사변,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가 올 경우 가능하다"며 "현재는 강제 실시권을 발동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보건관련 시민단체로 구성된 건강연대는 "대유행이 시작되면 때는 늦다. 미국, 캐나다도 2001년 탄저병 유행에 대비해 치료제 확보를 위해 강제실시를 활용한 바 있다"며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복지부가 초국적 제약회사의 특허권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이유로 강제실시를 시행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지적했다.
건강연대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는 신종플루 유행으로 이미 떼돈을 벌어 들이고 있다"며 "복지부가 걱정해야 할 것은 로슈가 깔고 앉아있는 돈방석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명"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인구 5% 분량의 치료제만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적으로 치료제 확보 전쟁이 시작된 상황에서 유행이 최고조에 달하기 전에 충분한 치료제를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복지부로서는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