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이 심상찮다. 전세 물건은 빠르게 줄고 있고 전셋값 상승세도 꾸준하다. 여기에 전세 수요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세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까지 재차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하면서 서민 주거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22일 부동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 통계 분석 결과 최근 3개월(4월 22일~6월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체 전세 물건은 2만8828건에서 2만5127건으로 12.9% 줄었다. 주요 자치구 별로는 강동구가 2613건에서 816건으로 68.8%나 급감해 감소율 1위를 기록했다. 이어서 광진구는 959건에서 527건으로 45.1% 줄었고 성북구(-43.1%)와 송파구(-35.7%)가 그 뒤를 이었다.
전세 물건이 줄면서 전셋값도 오름세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누적(1~5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62%로 집계됐다. 강남 11개 자치구에선 0.90% 상승했다. 매맷값 상승 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지만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마포구와 성동구 일대에선 전세 신고가가 속출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마포구 공덕동 ‘공덕SK리더스뷰’ 전용면적 59㎡는 17일 직전 대비 5000만 원 오른 9억 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성동구에선 ‘우성2차’ 전용 80㎡가 이전 전세 신고가보다 2000만 원 오른 4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전세 물건이 줄고 전셋값도 오르자 세입자들은 월세로 눈길을 돌리는 모양새다. KB부동산 월간 아파트 월세가격지수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월세는 3.6%(5월 기준)올랐다. 강남 11개구가 4.6% 상승해 강북 14개구 2.5%보다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아파트를 넘어 전체 주택으로 봐도 월세 선호도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서울 월세 비중은 올해 누적 63.6%로 전년(60.8%) 대비 2.8%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이달 들어선 서울 내 ‘월세 1000만 원 이상’ 초고가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강남구 ‘청담파라곤 2단지’ 전용면적 208㎡는 9일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600만 원 월세 계약서를 썼다. 10일 서초구에선 ‘반포자이’ 전용 244㎡가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35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월세 수요를 확대할 대출 규제도 시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19일 전세대출에 DSR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가계부채관리 방안에 포함해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DSR은 대출자의 연간소득 대비 대출 원금과 이자 비율이 40%를 넘지 못하게 하는 대표적인 대출 규제다. 전세대출의 DSR 포함은 그동안 주거 안정 등을 이유로 제외된 바 있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가 서울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이어지자 대출 규제안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전세대출이 DSR 규제에 포함돼 시행되면 전세대출 총량이 줄어들 수 있고, 이 경우 전세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민 세입자들은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DSR 규제 내 전세대출 포함은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하고 이는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늦추는 것”이라며 “서울 내 전세 물건도 급감 중이고 전셋값도 올라 당분간 전셋집 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