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기대 커지는 중국 내 한류 복원

임대근 한국외대 컬처테크융합대학장 / 한국영화학회장

사드이후 中시장서 배제·침체 겪어
영화공동제작, 문화사업 상징성 커
지속 가능한 협력 모델로 거듭나길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언급되었다. 양국 정상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외교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수년간 얼어붙었던 양국 문화 교류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외교에서 불어오는 훈풍은 한류 산업의 영역에서도 반가운 신호다. 그동안 K무비, K드라마, K팝 등으로 대표되는 한류는 중국 안에서 막대한 인기를 끌었지만, 2016년 이후 각종 규제에 따라 유통 채널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한국 문화콘텐츠의 방송 편성이 제한되고, 한국 연예인의 활동이 제약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그 결과, K콘텐츠 산업은 세계 최대 문화콘텐츠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된 채 성장 전략을 재정비해야 했다.

중국 한류가 단순한 기류 회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기반이 작동되어야 한다. 그 핵심 중 하나가 바로 2014년 체결한 ‘영화공동제작협정’이다. 이 협정은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영화를 기획·제작·투자·유통할 수 있도록 한 제도적 보장 장치다. 이는 단순한 수출 또는 수입 형태가 아닌 협업과 동반 성장을 지향하는 틀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협정이 단독 협약 차원이 아니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부속 문서에 편입됐다는 사실이다. 즉 이 협정은 양국 간 무역 및 산업 협력 체계 속에 문화산업을 포함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외교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협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뜻이다.

FTA 부속 문서에는 영화뿐 아니라 TV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른 장르 콘텐츠에 대해서도 공동 제작을 장려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이는 선언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제는 이를 구체적인 사업과 프로젝트로 현실화할 수 있는 정치적 의지와 산업적 전략이 요구된다. 한중 공동 제작은 단순히 자본과 인력의 결합을 넘어, 기획 단계부터 배급과 유통에 이르기까지 문화콘텐츠 생태계 전반의 선순환을 촉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공동 제작의 이점은 명확하다. 첫째, 양국의 문화 자원을 상호 보완할 수 있다. 한국의 기획력과 연출력, 중국의 자본과 거대한 시장이 결합하면 더욱 다양한 스펙트럼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둘째, 검열 및 유통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중국은 외국 콘텐츠의 유입에 대해 일정한 심의와 규제를 두고 있지만, 공동 제작 결과물은 자국 콘텐츠로 간주되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셋째, 시장 확대의 가능성이다.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중화권, 나아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을 겨냥한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다.

실제로 2010년대 중반까지는 이런 공동 제작의 성과가 있었다. 한국과 중국이 공동 제작한 영화나 드라마 프로젝트가 일정 수준의 상업적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양국 관계 악화로 인해 이런 시도는 중단되었고, 최근에는 실질적인 공동 제작 프로젝트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2014년 체결된 ‘영화공동제작협정’을 재가동할 최적의 시점이다. 외교적 분위기의 회복을 문화산업의 실질적 협력으로 이어가기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과 산업계의 전략이 동시에 필요하다. 단순히 한국 문화콘텐츠의 일방적 수출을 넘어서, 공동 제작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과 시장 확장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이야말로 한류가 중국에서 다시 꽃피고, 동시에 지속 가능한 국제 협력 모델로 거듭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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