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동통신시장을 보면 진흙탕 싸움을 넘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형국이 가관이다. 상대를 비하하는 발언은 이제 기본이 됐고, 어떻게 하면 기득권을 가질 수 있을까 골몰하는 모습이다.
서로 과열 경쟁을 막자고 다짐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그런 의지는 한달만에 무너지면서 또 다시 혼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이통업계에 이슈로 떠오른 아이폰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11일 SK텔레콤이 국내 인증을 받은 아이폰 단말기를 개통해 주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날 SK텔레콤 고객상담실은 확인 전화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아이폰의 국내 출시가 미정인 상황인데다, 실제로 해외에서 구입한 단말기가 국내 개통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SK텔레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벌인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SK텔레콤은 이번 사건으로 확실한 여론몰이에 성공하며 KT가 공들인 단말기 라인업 강화에 다소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지나친 견제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데 대해 업계에서는 따끔한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일부에서는 이번 일과 같이 해외에서 단말기를 구매해 국내 인증을 받은 제품을 개통해 주겠다는 SK텔레콤이 보따리 장사치와 다를게 없다는 반응이다.
아예 미국에서 아이폰 단말기를 구입해 자체 인증 받아서 판매하라는 격한 반응도 섞여 나온다. 사용자를 우롱하고 경쟁사의 발전을 용납할 수 없는 통신업계 1위 기업의 모습이라는 점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당사자인 애플 역시 SK텔레콤의 이같은 행태가 곱지만은 않다. 글로벌 기업들 대부분이 공시 발표 이전에는 일부 고위 임원만이 사업성과를 알 수 있다는 특성을 볼 때 SK텔레콤의 태도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애플이 그동안 한국시장에서 아이폰에 대해 이렇다할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1위 이동통신 기업이라는 SK텔레콤이 개발도상국의 통신사업자보다 못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번 행동으로 애플이 국내 이동통신 업계를 싸잡아 비웃어도 하소연 할 길이 없어졌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찾지 못한 어리석은 처사가 글로벌 망신으로 다가왔다는 점을 묵과할 수 없다.
앞뒤보지 않고 달리는 독불장군은 돌부리에 넘어져도 손 내미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업계의 자존심인 SK텔레콤이 좀 더 성숙한 시장 질서를 유도해 나간다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이통시장에 변화가 올 때, 그래서 SK텔레콤이 위기해 처할 때, 다분히 손 내밀고 함께 가고자 하는 이들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