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제 적용 논의 마무리, 최저임금 수준에 화력 집중

노동계가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14.7% 오른 시급 1만1500원을 요구했다. 최초 요구안에서 전년보다 27.8% 오른 1만2600원을 제시했던 지난해보다 요구수준이 낮아졌으나, 자영업자 폐업 증가와 0%대 경제성장률 가능성 등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운동본부)'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1500원, 월급 환산(209시간 기준) 시 240만3500원을 요구했다. 운동본부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의 연대체다.
이들은 “이번 요구안은 헌법과 최저임금법,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유엔(UN) 사회권위원회 사회권 규약 제7조에 근거해 실질임금 인상을 통한 저소득층의 삶의 질 개선과 소득 불평등 완화를 목표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소비지출이 증가해야 매출이 증가하고, 중소상공인도 웃을 수 있다”며 “이는 단순히 기업의 부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 경제적 효율,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그간 요구해온 도급제 등 최저임금 적용이 무산됨에 따라 앞으로 최저임금 수준 논의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전날 4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 권고에 따라 도급제 등 최저임금 특례를 내년에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는 도급제 등 대상·규모·수입과 근로조건 등 실태를 조사해 내년 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논의가 남아있기는 하나, 도급제 등 최저임금 적용과 마찬가지로 올해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논의에서 업종별 구분은 표결 끝에 최임위원 27명 중 11명의 찬성만 얻어 부결됐다. 공익위원 9명 중 2명만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최임위 구성이 지난해와 달라지지 않은 만큼, 결과도 달라지기 어렵다.
한편,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최임위는 2018년 최저임금을 전년보다 16.5% 오른 시급 7530원으로 결정했다. 이듬해 인상률도 10.9%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노동계에선 이재명 정부 첫해인 올해에도 이런 상황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2018~2019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취약계층 근로자들이 피해를 봤고, 이에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편성해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재정으로 보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