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전 한국항공대 교수
美 발사체 회수로 독점효과 막대해
늦더라도 개발계획 바꾸는 게 정도

정부는 우주운송 수단인 누리호 발사체의 후속으로 500t급의 추력 1단 부스터를 장착하는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을 2023년 7월에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 주관기관 선정, 항공우주연구원과 주관기업의 지식재산권 갈등, 그리고 체계 요구사항 분석에서 요구되는 달착륙선 발사를 위해서는 700t급 이상의 1단 엔진이 요구된다는 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도 못 한 상태다.
현재 이러한 차세대발사체 개발 진행 상황 및 재사용발사체 개발의 세계적 추세에서 굳이 2032년까지 높은 발사 비용의 1회성 발사체를 개발할 이유는 없다.
어느 정도의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더라도 발사서비스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재사용발사체 개발로 방향 전환을 하는 것이 훨씬 타당해 보인다.
2022년 수행된 예비타당성 조사에는 기존의 소모성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과 함께 ‘혁신형 재사용발사체 핵심기술 선행연구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실효성 및 활용성이 낮은 소모성 차세대발사체 개발 대신, 국내 기술수준이 낮은 재사용 핵심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면서 동시에 재사용발사체를 연계 개발하는 것이 일정이나 비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할 것이다.
미국 스페이스X는 이미 재사용발사체를 운용하여 저비용의 상업 발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팰컨 9과 스타십을 통해 이미 시장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팰컨 9 발사체는 중량 기준으로 세계 위성의 85%를 독점 발사하고 있다. 중국은 상업 발사서비스를 위해 위성발사체를 개발하는 민간 기업이 35개 정도이며, 이 중 10여 개 업체가 재사용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금부터 재사용발사체 개발을 시작해도 발사서비스 상업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위성발사는 점점 더 일상화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발사체인 팰컨 9을 이틀에 한 번꼴로 우주궤도로 발사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우주발사체의 1단 부스터와 탑재체 페어링을 회수하여 재사용하는 최초의 민간 기업이다. 이 두 가지 요소는 팰컨 9 발사체 총 비용의 약 70%를 차지한다.
현재 팰컨 9 발사체의 발사당 비용은 2000만 달러 미만으로 추정된다. 내부적으로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1000만 달러 중반대로 내려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그동안 누적 발사 477회, 1단 로켓 회부 432회, 재사용 402회를 기록했다. 스페이스X는 2025년 4월 초 1단 부스터를 27회 재사용하는 기록을 세웠다. 재사용 횟수가 증가할수록 발사비용의 단가는 더욱 절감된다.
발사서비스 산업의 민영화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여 발사비용을 더욱 낮출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러한 효율성에는 규모의 경제, 생산성 증가, 그리고 경쟁력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완전하게 실현되지는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스페이스X는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팰컨 9 발사비용을 6200만 달러에서 6700만 달러, 그리고 현재는 7000만 달러로 꾸준히 인상했다.
이는 스페이스X가 엄청난 마진을 붙여 발사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독점적으로 발사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팰컨 9의 발사비용은 경쟁사들의 소모성 발사체에 비해 여전히 저렴하다.
얼마 전 우주항공청은 기존의 케로신 엔진 기반의 소모성 차세대발사체를 메탄 엔진 기반의 재사용발사체 개발로 변경하려는 사업계획이 특정평가 대상인지를 결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에서는 특정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우주항공청의 계획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우주항공청은 사업이 지연되더라도 기획재정부의 적정성 재검토를 신청해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계획 변경을 다시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타를 통과한 사업이라 해서 사업 내용 및 목표를 변경할 수 없는 절대적 타당성을 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정부는 상업우주 활성화를 기치로 내걸고 뉴스페이스 산업 활성화, 우주경제의 육성 및 세계 5대 우주강국 진입을 강조해 왔다. 행정절차의 중요성 때문에 변화에 눈을 감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상업적 발사서비스 산업을 위한 재사용발사체 개발로의 계획 변경의 유연성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