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부진, 수출 둔화…경기 전반 미약"
작년 비상계엄 이후 경기 '부정 톤' 지속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건설업황 부진,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주요 품목 수출 둔화로 우리 경제 전반이 미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KDI는 10일 공개한 '경제동향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 관세 인상으로 수출도 둔화되면서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건설투자 부진이 내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으며, 대미 자동차 수출이 대폭 감소하는 등 미국 정부 관세 인상 영향을 크게 받는 부문 중심의 수출 둔화까지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올해 경제동향 1월호부터 '경기 하방 위험' 표현을 연속해서 쓰다 5월호에서 '경기 둔화'로 톤을 높였다. '경기 둔화' 표현은 2023년 이후 2년여 만이었다. 특히 이번 6월호에서 쓰인 '경기 전반 미약' 표현은 경제동향에서 최소 6년 이상 쓰인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KDI 자체 조사 결과 2019년부터 '미약' 표현은 △'경기 회복세 미약'(2021년 11월호) △'경기 개선세 미약'(2024년 7월호) △'내수는 미약한 수준'(2024년 8월호) 등 3번 쓰였지만 '경기 전반이 미약하다'는 표현은 최초라는 설명이다.
실제 건설업 위축, 수출 여건 악화 등 미약한 경기 상황은 각종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4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0.4% 올랐지만 건설업 부진과 서비스업이 둔화하면서 낮은 증가율에 머물렀다. 광공업생산은(4.9%)은 반도체(21.8%)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지만 건설업생산(-20.5%)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5월 수출도 작년보다 1.3% 감소했고, 일평균 기준으로도 1.0%의 낮은 증가율에 그쳤다. 특히 미국 관세인상 여파로 대미 수출이 8.1% 감소했다. 관세율이 대폭 인상된 자동차 대미 수출(-32.0%)이 급감한 데다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이달 4일부터 25%에서 50%로 추가 인상되면서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했다.
내수는 소비가 여전히 미약한 흐름이지만 소비심리는 회복하는 모습이다. 4월 소매판매는 승용차(16.3%)가 개별소비세 인하 영향으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한 반면 가전제품(-8.7%), 가구(-9.1%), 의복(-7.9%) 등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해 1.9% 감소했다. 반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101.8)가 기준치(100)를 웃돌면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속된 소비심리 위축은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건설투자 부진은 심화하고 있다. 4월 건설기성은(-20.5%)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고 전월(-16.3%)보다 감소 폭도 커졌다. 6월 건설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51)가 장기평균(64)를 밑돌고 있지만 3월(43) 이후 4월 46, 5월 47 등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을 두고 "향후 건설업 부진이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봤다.
고용 증가세도 낮은 수준에 그쳤다. 4월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9만4000명 증가했지만 고령층 공공행정·보건복지 서비스업 등 정부일자리와 밀접한 부문을 제외한 고용은 4만1000명 수준이다. 건설업(-15만 명)·제조업(-12만4000명) 고용 부진이 맞물린 영향이다.
한편 KDI는 '미약' 표현이 지난달보다 경기가 더 안 좋아졌다는 의미는 아니며, 이전과 비슷한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한다는 것을 뜻한다는 입장이다. 경제동향 작성을 총괄한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통화에서 "지난달 경기가 하강하는 상태였다면 그게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경기가 지난달보다 더 나빠지진 않았지만 활력 없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