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조직 내 청렴도를 진단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종합 3등급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받은 데 따른 조치다. 금융시장에 엄정한 잣대를 대야 하는 감독기관으로서 신뢰 기반이 흔들렸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2일부터 약 9주간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전문업체인 레드휘슬에 의뢰해 내부 청렴 수준 전반에 대한 리스크 점검을 진행 중이다.
주요 진단 항목은 △조직 환경의 부패위험도 △업무 관행의 구조적 문제 △개별 직원의 청렴 이력 등이다. 특히 감독·검사 권한을 가진 고위 간부들의 ‘부패 취약성’도 집중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금감원은 그간 내부적으로 자체 청렴도를 진단해왔지만 지난해 권익위 평가에서 체감도와 노력도 모두 3등급을 기록하며 ‘관리 부실’ 비판에 직면했다. 2022년까지 2등급을 유지했던 청렴체감도는 2023년 3등급으로 하락했으며, 이에 따라 종합청렴도 등급도 함께 낮아졌다.
금감원이 주요 금융회사에 높은 윤리 기준과 내부통제를 요구해온 점을 고려하면 평가 결과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복현 전 원장 취임 이후 금융회사들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 압박은 강해졌지만 정작 금감원 내부 청렴성은 오히려 후퇴한 것에 대한 비판이 컸다. 이 전 원장은 은행권의 반복된 금융사고와 관련해 "청렴과 공정에 대한 임직원의 안이한 인식으로 내부통제 기능이 마비된 탓"이라고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매년 △청렴체감도(직원·이해관계자 설문) △청렴노력도(자체 실적) △부패실태(발생 현황 감점) 등을 기준으로 종합청렴도를 평가하고 있다. 등급은 1~5등급으로 나뉘며 유형별 평균 점수와 표준편차를 이용해 등급 구간이 선정된다.
금감원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도 종합청렴도가 3등급으로 떨어졌다. 청렴체감도는 전년에 이어 1등급을 유지했지만 청렴노력도가 2등급에서 4등급으로 하락했다. 지난 2022년 권익위가 새로운 평가제도를 도입한 이후 금융위의 청렴노력도가 4등급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도 매년 자체 청렴도 진단을 시행하고 있다.
금감당국 관계자는 “금융기관에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는 기관으로서 자체 청렴성 확보는 기본 과제”라며 “지속적으로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