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양극화 시대 ‘통합’ 이루는 조건들

김영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미국 못지않게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것이 이번 대선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대통령 연설에서도 중요하게 지적되었듯이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 같은 파이를 나눠야 하므로 경쟁이 더 심해지고 분열은 더 심해질 수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이에 따라 협력을 통한 성장이 지체되는 악순환 구조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

양극화는 사람들의 관심이 특정 이슈에 집중될 때 심화된다. 최근 우리나라는 대통령 탄핵 찬반과 같이 다수의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가 계속되었다. 이럴 때는 여러 의견이 있었더라도 점차 의견이 단순화되며 2개의 의견으로 분열 양상을 보이게 된다.

정확한 정보·다양한 관점 공유돼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이 연구되고 있는데, 정치적 양극화나 경제적 양극화 모두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서로 만나서 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대부분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해법이다. 2019년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가 진행한 ‘한 방에 모인 미국(America in One Room)’ 실험에서는 전국에서 무작위로 선발된 526명의 유권자들에게 균형 잡힌 정보를 미리 제공하고 3일간 5개 정책 영역에서 중립적 전문가의 진행으로 구조화된 대화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참가자들의 의견이 정치적 양극단에서 보다 온건하고 중도적인 의견으로 이동한 것을 발견하였다. 이 실험에서 중요하게 나타난 것은 정확한 정보와 전문가들의 다양한 관점이었다. 참가자들이 균형 잡힌 사실을 접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접할 때 비로소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 부족과 왜곡은 양극화를 촉발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우리 집단이 무엇을 믿는지, 다른 집단이 무엇을 믿는지, 그리고 다른 집단이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왜곡된 견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치적 양극화가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는 거짓 정보 확산이 급증하게 된다. 가짜 뉴스의 문제는 편향된 정보들이 쌓이면서 왜곡된 세계관을 만들어 실제와 동떨어진 상황 판단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양쪽 모두 극단적 입장보다 중간 지점에서 타협할 의향이 있었을 수도 있으나, 상대방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추측함으로써 대립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의 노력과 제도적 차원의 해결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 손흥민 선수가 10년 만에 토트넘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특히나 토트넘과 감정이 좋지 않았던 무리뉴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하고 싶었지만 손흥민 선수의 눈물을 보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고백하였다. 평소 토트넘을 싫어하던 축구팬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는데 이는 상대편 집단이 아니라 그 속의 개별 인간을 보았기 때문이며, 축구를 사랑하는 팬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다.

이와 같이 내 정체성을 어떤 집단에 맞추는가에 따라 내 마음과 행동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체성은 우리 나라의 일원으로서 큰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다양한 집단의 일원으로서 나를 정의할 수 있을 때 개인으로서 나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어 보다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개인이 보다 다양한 네트워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분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실제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개인들에게 네트워킹 참여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약자에 대한 지원에서 사회적 관계 형성을 지원하는 방향도 고려되었으면 좋겠다.

투명한 정보 공개에 진정성 느껴

또 하나 중요한 차원은 정보의 투명성과 개방성의 향상이다.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의 공유다. 이는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 방안으로도 중요하다. 내 편이 옳다는 양극화에서 벗어나 사실이 무엇인가로 논의의 중심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필수적이며, 민주적 책임성 확보에도 중요하다. 따라서 국민들이 사실에 기반해 판단할 수 있도록 공적 정보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공통 비전 아래 토트넘 안티팬들이 손흥민의 진심에 감동했듯이 정치적 견해 너머의 인간적 진정성과 투명한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통할 때 정치적 차이를 넘어선 협력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통합과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