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금요일 오후 공장 문을 닫으려면

완성차 업계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시즌이 시작됐다. 업계 ‘맏형’격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등을 골자로 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지난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안건들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주 4.5일 근무제’ 도입이다.

주 4.5일제는 지난해 현대차 노조가 별도 요구안에 처음으로 담았던 사안이지만, 지난해에는 임금협상만 이뤄졌기 때문에 주요 안건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4.5일제 도입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면서 사측과의 본격적인 교섭이 예고됐다. 기아 노조 역시 같은 안건을 임단협 테이블에 올릴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 4.5일제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노조의 주장은 더욱 힘을 얻는 분위기다. 현대차 노조가 주장하는 4.5일제는 금요일 근무를 4시간 줄이되, 임금은 삭감하지 않는 형태다. 근로시간을 단축해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고 일터와 가정의 균형을 실현하자는 취지다.

노동시간 단축이 글로벌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곧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기업의 경영 악화는 고용 안정성까지 흔들 수 있어서다. 특히 자동차 산업처럼 노동 투입량이 생산량과 직결되는 산업 구조에서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먼저 논의돼야 할 것은 생산성 향상 방안이다. 업무 효율화, 자동화 설비 등을 통해 줄어든 근무 시간 안에서도 동일한 생산성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성과 중심의 기업 문화 정착도 필요하다.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가능케 하는 고용 유연성을 담보하고, 연공서열 기반이 아닌 성과 중심의 보상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주 4.5일제는 단순한 근로시간 축소를 넘어 산업 구조 전반을 바꾸는 일이다. 금요일 오후에 공장 문을 닫는 일이 현실화하려면 그만큼 정교한 준비와 구조적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노사가 근로시간 단축을 논의한다는 것은 곧 근로자에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일이기도 하다. 이 변화가 단순한 복지 요구에 그치지 않고 산업 생태계 전환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노사 모두 감정이 아닌 객관적 근거로, 구호가 아닌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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