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업계 소문 전했을 뿐인데⋯명예훼손 되나요?

김세화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저는 8년차 직장인입니다. 최근 저희 회사로 이직해 온 팀장님이 계시는데, 업계 지인으로부터 그분이 예전 직장 부하 직원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을 해 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 사실을 회사 동료들에게 전달했고 이후 소문이 퍼졌습니다. 팀장님은 저를 고소한다고 하는데 명예훼손이 될 수 있나요?

(게티이미지뱅크)

김세화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짚어 봤습니다.

Q. 명예훼손죄가 뭔가요?

A.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로 성립하는 형사 범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명예’는 본인이 가지는 개인적 자존심이 아니라 사회에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평판이나 평가를 의미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진실한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거짓말을 해야 죄가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형법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307조 제1항)

Q. 진실한 사실을 말했는데 처벌받는다고요?

A. 네, 맞습니다. 우리나라 형법은 진실한 사실을 말했더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처벌 대상으로 봅니다.(형법 제307조 제1항)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만약 적시한 사실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처벌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310조)

예를 들어 비리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고발하거나, 부정회계 같은 조직 내부의 부정한 실태를 폭로하는 등 국가·사회 전체 내지 소속 집단 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공공의 이익’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폭넓게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Q. 어떤 경우에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나요?

A.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크게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먼저 ‘공연성’이 있어야 합니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다수 또는 여러 사람이 알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거나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말을 해야 한다는 뜻이죠. 친구에게 귓속말로 뒷담화를 하는 건 공연성이 없지만 단톡방이나 온라인 카페, SNS에 글을 올리는 건 공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대법원은 가령 1대1 대화라도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이른바 ‘전파 가능성’ 이론인데요. 입이 가벼운 사람에게 말을 전달하는 경우를 떠올려 보면 쉽습니다.

두 번째로 ‘사실’을 적시해야 합니다. 사실의 적시는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이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도1770 판결)

예를 들어 ‘김 대리가 회사 돈을 횡령했다’거나 ‘박 부장이 바람을 피운다’처럼 특정 내용을 지목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그 사람 나빠’, ‘쟤는 이상해’ 같은 추상적인 욕설이나 감정적인 표현은 명예훼손죄가 아닌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 사실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명예훼손죄 성립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세 번째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야 합니다.(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4도2880 판결)

대법원은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듣는 사람의 기분이 나쁜지를 넘어 그 표현이 사회 통념상 개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것인지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Q. 모욕죄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A. 명예훼손죄와 헷갈리기 쉬운 것이 바로 모욕죄입니다.(형법 제311조)

모욕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데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는데까지는 이르지 않고 단지 모멸적인 언사를 사용하여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경멸하는, 자기의 추상적 판단을 표시하는 것을 뜻합니다.

가령 욕설이나 추상적인 비난, 경멸적인 표현을 통해 타인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행위를 들 수 있겠네요.

법률 자문해 주신 분…

▲김세화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

▲ 김세화 법무법인(유한) 동인 변호사

김세화 변호사는 제5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한국거래소에서 근무하다가 2016년부터 법무법인(유한) 동인의 변호사(송무전략컨설팅팀)로 활동 중입니다. 주로 민·형사 소송과 수사단계 대응, 그리고 노동 및 회생·파산 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중대재해처벌법 해설 및 사례’(공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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