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커져도 제도 개선 제자리…갈길먼 K디지털치료기기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전 세계적인 급속한 고령화에 의료비용 부담이 증가하면서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디지털 치료기기(DTx)가 주목받고 있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글로벌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제도와 시스템 미흡으로 처방이 활성화까지 갈길이 멀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비대면진료를 통해 원격처방 건강관리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리포트 오션(Report Ocean)은 전 세계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 규모가 2019년 28억8000만 달러(약 4조1960억 원)에서 2027년 138억 달러(약 20조1059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해당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20.5%에 달한다.

DTx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약물 없이 질병을 치료하거나 만성질환 또는 생활습관병 환자의 행동을 개선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빠른 도입이 DTx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일상생활의 디지털화가 이뤄졌고, 스마트 의료기기와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이 스마트폰과 통합되면서 환자 치료·모니터링 기술이 더욱 향상됐다. 이에 다양한 만성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기업, 병원, 연구기관의 DTx 개발이 활성화됐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만성질환 유병률 상승도 DTx 산업 규모를 키우는 요소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건강관리의 목표와 관심이 치료에서 예방 중심으로 옮겨갔고, 개인의 건강상태와 생활습관에 맞는 맞춤형 관리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도 DTx 시장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 발전에 힘입어 DTx는 의료 분야의 새로운 핵심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도입이 활발하다. 2023년 2월 에임메드의 불면증 치료용 ‘솜즈(Somzz)’가 국산 1호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받았다. 이후 △웰트의 불면증 인지개선 ‘슬립큐(SleepQ)’ △뉴냅스의 뇌졸중 환자 시야장애 개선 ‘비비드브레인’ △쉐어앤서비스의 호흡 재활 운동 ‘이지브리드(EasyBreath)’ △뉴라이브의 이명 치료 ‘소리클리어’ △하이의 ‘엥자이렉스(ANZEILAX)’ 등 6개 DTx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허가 후 실제 임상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례가 제한적이다. 업계는 기술 발전을 제도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최근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5에서 발표를 통해 “(DTx) 허가 이후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DTx 처방량은 각각 2만 건, 2000건인 반면 국내는 200건에 불과하다. 보험수가 체계와 처방 프로세스 개편 없이는 DTx 확장성이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강 대표는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활성화를 위해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웰트는 최근 메라키플레이스(서비스명 나만의 닥터), 솔닥 등과 비대면진료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 처방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비대면진료를 통해 웰트의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를 처방할 수 있게끔 했다.

강 대표는 “대면으로 DTx 처방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라며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비대면진료라고 생각한다. 슬립큐가 전기차라면, 비대면진료플랫폼은 충전 네트워크로 보면 된다. 1차의료와 DTx의 만나는 곳이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