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가속 붙은 가계빚…보름 새 3조 늘어

가계대출 잔액 15일 기준 746조 원
금리↓·토허제 완화로 2월부터 증가
국내·외 증시 악화, 코인 하락장 따라
투자 수요↑…3단계 DSR 전 '영끌' 우려

▲국내 은행의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1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5%다. 이는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1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대출 비율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9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서울 시내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보름 만에 3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하락에 따라 주택을 매입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어서다. 특히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대출을 받으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15일 기준 745조9827억 원으로 집계됐다. 4월 말 대비 2조8979억 원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가 이어지면 이달에만 약 5조8000억 원 불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증가 폭은 지난달(4조5337억 원)보다 1조3000억 원가량 뛰어 2024년 8월(9조6259억 원)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앞서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8월까지 치솟았지만, 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감소세로 전환했다. 올해 1월에는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4762억 원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금리 인하와 규제 완화로 반등하면서 △2월 3조931억 원 △3월 1조7992억 원 △4월 4조5337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달 종류별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91조1678억 원으로, 4월 말보다 1조7378억 원 증가했다. 신용대출도 103조5870억 원으로 15일 만에 1조939억 원 늘었다.

은행권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의 근본 원인으로 금리 하락을 지목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작년 11월과 올해 2월 0.25%포인트(p)씩 두 번 인하됐고, 시장금리도 떨어지면서 대출자의 금리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은행의 16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금융채 1년·신용 1등급·3.57∼4.57%)는 하단 금리 기준으로 2021년 10월 말(3.47∼4.4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코픽스·6개월 주기·4.05∼5.45%)와 고정금리(금융채 5년·3.48∼4.88%)도 각 지난해 6월 말(3.74∼5.14%), 7월 말(3.34∼4.74%) 이후 가장 낮았다.

여기에 지난 2월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 규제 완화까지 더해져 2∼3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통한 주택 거래가 급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통상 주택 거래가 증가하면 2~3개월 후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최근 미국 관세정책과 관련해 국내·외 주가와 코인 가격이 내려가면서 신용대출 등을 활용해 투자하려는 수요도 커지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7월부터 주담대 한도 등을 추가로 조이는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다음 달까지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7일 월례기자간담회에서 "대출 증가속도는 여신심사기준 부분을 통해 관리해 나가되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5∼6월 두어 달 정도 월별 관리 목표 내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협의하고 관리해 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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