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는 13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 문제에 대해 "탈당 여부는 본인의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가 "탄핵의 강을 넘어야 한다"고 말한 것과 대조되는 메시지다. 김 후보가 30대 김용태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며 당에 쇄신 간판을 내걸었지만, 양측이 화학적 결합을 통해 '중도 표심 영끌'과 '빅텐트 성과'를 이뤄낼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후보는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윤 전 대통령에게 '탈당해라', '하지 마라' 하는 건 옳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는 "자기가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 이런 것으로 면책될 수도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은 도리도 아니다. 현재로선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 저녁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처음으로 사과하며 입장 변화를 보였지만, 출당과 관련해선 기존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같은 발언은 오전에 김용태 지명자가 SBS 라디오에서 "계엄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너무 늦게 사과를 드려 그조차도 죄송스럽다. 김문수 후보의 입으로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말씀을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탄핵의 강을 언급한 것과는 엇박자다.

앞서 김문수 후보는 후보 교체 문제로 내홍에 빠졌던 당을 재정비하기 위해 김용태 지명자를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했다. 김 지명자는 만 35세의 소장파 정치인이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 참여했고, 이번 후보 교체 사태 때도 김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는 데 대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며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젊은 의원을 전면에 세워 당 쇄신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뜻으로 해석됐다. 과거 '이준석계 4인방'으로 불린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멤버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이번 인선 배경으로 꼽혔다. 김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후보에 대해 '여러 경로로 함께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하는 의견을 갖고 있다"라며 "국민의힘의 당 대표를 한 분이기 때문에 우리와 특별히 생각이 다를 건 없다고 본다. 하나가 되는 게 필요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각에선 김 지명자의 역할론과 양측 시너지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대선 후보 교체 시도라는 역대급 내홍을 겪은 당을 수습하기엔 정치력과 당내 영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시선이다. 선대위에 여전히 친윤계가 포진한 상황에서 당의 빠른 변화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 출당에 대해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경우 이 역시 대선 내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면 중도 표심 모으기도 사실상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빅텐트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지명자와 이 후보의 친분은 두텁지만 이 후보의 단일화 거부 의사가 워낙 확고한 데다, 김문수 후보가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의지를 내비치지 않는다면 단일화 가능성은 더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전혀 가능성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후보는 "(김 지명자가) 제 성격을 잘 안다. 저는 아닌 건 아니라고 딱 끊서 얘기한다. 실제로 제게 하자고 연락 못 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김 지명자가 자신과 단일화를 시도할 정치적 역량이 없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특히 "김 후보가 직접 하기 어려운 계엄과 탄핵 반대와 관련된 사과를 대신하는 정도 역할에 그칠 것"이라며 한계론을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