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옥 칼럼] 理論과 싸우는 트럼프, 성공할 수 있을까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ㆍ前 한국경제학회 회장

中의 美시장 공략에 무역적자 심화
‘일자리’ 명분에 관세전쟁 나섰지만
시장 거스르는 보호주의 오래 못가

매년 최혜국 대우를 갱신해야만 했던 중국이 미국 시장에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은 2000년 10월 제정된 미국의 공법(Public Law 106-286)에 따라 항구적인 정상무역관계(PNTR: 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를 획득하면서부터이다. 그리고 1년 뒤 12월 9·11테러 공격으로 어수선한 시국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역할이 빠르게 확대되었다. 물론 미국의 용인 아래 이루어졌다.

국제무역에 관하여 우리는 보통 절대우위(absolute advantage)의 원리에 익숙하다. 이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는 국가가 재화를 생산하여 교역해야 함을 의미한다. 각각의 재화에 대해 각 나라의 절대적인 생산비를 단순 비교하여 보다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재화에 특화하여 생산하고 수출하는 원리이다. 지극히 상식적이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도 국제무역의 원리를 그와 같이 이해하였다.

이와는 달리 현대 국제무역은 영국의 경제학자 리카도(David Ricardo, 1772~1823)가 처음 주장한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경제학 이론 기운데 가장 비상한 이론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두 나라와 두 재화가 존재하고 한 나라에서 생산비가 모두 더 낮다고 가정하여 보자. 절대우위론에 따르면 그 나라가 두 재화를 모두 생산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두 나라가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의 재화에 특화하여 교역하면 전체적으로 두 재화의 생산량과 후생수준이 증가한다.

절대우위론은 절대적인 생산비를 비교하고 있고 비교우위론은 상대적인 생산비 곧 기회비용을 비교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2000년대 초반 중국에 대한 두 조치는 당연히 비교우위론에 따라 이루어진 것임에 틀림없다. 이와 같은 설명에 대하여 기회비용의 개념을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 없는 독자는 아직 헷갈릴 것이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중국의 경우는 절대우위론에 따라 이해해도 크게 잘못이 없다.

노동이 풍부한 중국과 기술이 풍부한 미국이 노동집약적인 제품은 중국이, 기술집약적인 제품은 미국이 생산하여 교역하면 서로 득이라는 이론에 토를 달 학자가 당시에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이 미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하여는 많은 연구와 분석이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2016년 미국경제학회지에 발표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데이비드 아우터(David Autor) 교수와 그의 공저자들의 연구이다.

이들의 연구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 ‘중국 쇼크’(China Shocks)이다. 중국 쇼크란 앞서 언급한 두 조치 이후 미국에 대한 중국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미국의 특정 지역, 산업 및 고용에 미친 부정적 결과를 일컫는다. 중국에 대한 개방이 확대된 이후 24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그 가운데 100만 개 가까이는 제조업 일자리였다. 주로 섬유, 의류, 신발, 컴퓨터·전자부품과 같이 기술 수준이 낮은 산업이었다.

조정과정 또한 느려서 충격의 후과가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주로 대학교육 미만의 학력이었으며 소위 러스트 벨트(Rust Belt)와 남부에 집중되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큰 승리를 안긴 지역과 계층이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트럼프가 높은 관세와 방위비 압박으로 세계를 흔들어 놓고 있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표밭 관리임을 알 수 있다. 오랜 비즈니스맨으로서의 본능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단기적인 득이 있을지 모르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첫째, 세계 최강 미국의 충격요법은 많은 나라를 피 흘리게 하겠지만 그 피는 미국으로도 흘러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미국 국민이 그것을 끝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둘째, 트럼프는 이론과 싸우고 있다. 장기적으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구소련이 패망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론에 진 것임을 상기하고 싶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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