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주요 기업들 구조조정 착수⋯리밸런싱과 사업비용 절감 총력
정부 대책은 하반기로 미뤄질 가능성 높아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주요 석화기업들이 전방위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정부가 약속한 석화 산업 구조개편 지원책도 하반기로 발표가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울산공장을 중심으로 고연령 생산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실시했다. 장기 근속자와 정년퇴직을 앞둔 인력이 주요 대상이며, 일부 직원에게는 35~40개월치 평균임금에 위로금 500만 원이 더해지는 조건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전사 차원의 구조조정은 아니며, 울산 일부 설비 정리에 따른 명예퇴직성 조치”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에도 태양광 소재로 쓰이는 POE(PolyOlefin Elastomer) 생산 중단 결정을 내렸다. 롯데케미칼은 전남 여수3공장에서 POE 박스업(장기 가동 중단을 고려해 설비 내부를 안전하게 보존하는 조치)를 완료했다. POE는 태양전지를 보호하고 전력손실을 최소화하는 필름으로 널리 쓰였으나, 중국산 저가 공세를 이기지 못했다.
다른 석화기업들도 ‘리밸런싱’(사업재편)과 비용 절감에 총력이다. LG화학은 여수 지역 사택 3개 단지를 1개로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산업용 정수 필터를 생산하는 워터솔루션 사업부 매각 절차도 진행 중이다.
업계 전반에 드리운 불확실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장기 불황, 미국의 관세 정책 강화 등이 겹치며 투자 여력마저 급감한 상황이다. 특히 LG화학의 워터솔루션 사업 매각은 1조 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해 미래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부도 위기 진단에 나섰다. 지난 1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여수시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 2027년 4월까지 각종 지원을 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를 위한 후속 대책도 기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컨설팅 결과를 전달받고, 이를 바탕으로 과잉 설비 해소, 세제 감면, 금융 지원, 공정거래 면책 등 후속안을 조율 중이다. 기업들은 이와 함께 전기요금 한시 인하 등의 추가 지원책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나온 대책들이 중소기업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데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덜한 부분이 있어서 이런 부분을 보완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책안 발표 시기가 애초 계획인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월 3일 대통령선거에 이어 정권 교체에 따른 정부 부처 인력 변동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하반기 발표가 보다 현실적이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다만 화학산업협회는 “일단 원래 계획대로 상반기를 목표로 산업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 간 이견을 좁히며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