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당 주류 세력 간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참석을 요청한 의원총회에 오지 않았고, 이른바 ‘쌍권’(권영세·권성동)은 당원들을 상대로 한 단일화 여론조사를 강행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대선 승리는 당원과 국민을 위한 우리의 책무”라면서 “승리를 위한 단일화는 우리 후보인 김문수 후보께서 국민과 한 약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일화 논란이 장기화할수록 실망감과 피로감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이제 더는 시간이 없다. 오늘 반드시 단일화를 확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김 후보의 의총 불참 배경에 대해 “아직까지 (김 후보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어떤 반응을 연락받은 것은 없다. 의총에 와주십사 오늘까지 계속 말했는데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는 단일화 찬반과 단일화 시점(대선 후보 등록 마감 11일 전후)을 묻는 당원 투표 결과를 토대로 김 후보 측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당원 투표는 오후 9시에 마감된다. 하지만 김 후보는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당원 투표 시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바 있어 김 후보에게 투표 결과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김 후보 측은 전직 국회의원 209명의 지지 성명을 발표하며 반격에 나섰다. 송영선·이인제 등 국민의힘 출신 전직 국회의원 209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김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김문수가 공식적으로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가 된 사실을 명심하고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예우와 권한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김 후보는 이날 대선 경선에 나섰던 후보를 일대일로 만나 세를 규합했다. 나경원 의원은 “우리 당 전당대회 절차를 거쳐 당선된 후보가 주도해야 한다”며 “(김 후보에게) 진일보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간곡하게 드렸다”고 전했다. 안철수 의원도 “김 후보님께서 생각하는 단일화에 대한 타임 테이블을 제시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드렸다”고 했다. 한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용산과 당 지도부도 김문수는 만만하니 김문수를 밀어 한덕수의 장애가 되는 홍준표는 떨어트리자는 공작을 꾸미고 있었다”며 폭로전에 나섰다.
3일 전당대회 직후부터 불거졌던 이들의 갈등은 전날(6일) 증폭됐다. 김 후보는 1박 2일 일정으로 영남을 찾았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 원내대표가 김 후보를 설득하기 위해 대구행 KTX에 몸을 실었지만, 김 후보가 일정을 전격 중단하고 상경하면서 ‘쌍권’ 지도부는 대전역에서 내려야 했다. 이후 권 원내대표 등은 김 후보를 만나려고 서울 관악구 봉천동 자택 앞으로 갔지만, 김 후보를 만날 수 없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오늘, 내일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끝난다”라는 말이 정설로 나온다. 최형두 비대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6~8일 사이에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홍보물과 포스터를 만들 수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단일화 협상 실패를 가정한 한 예비후보의 대선 불출마 가능성 이야기까지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한덕수 총리는 돈 문제 때문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를 대비한 지도부의 초강수 또한 제기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KBS 라디오에서 “결국 대선 후보 공천장에 도장을 찍어주는 것은 당 대표 직인을 가진 사람”이라며 “‘도장런’(도장을 들고 잠적하는 일)이 나오면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권 위원장은 대선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11일까지 단일화가 불발되면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