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 릴리 양강구도 속 화이자, 암젠 고배…디앤디파마, 일동제약 등 국내사도 도전

위고비가 선점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 투약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먹는 치료제(경구제)’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위고비는 환자가 주 1회 스스로 투약하는 펜 형태 주사제다. 경구제는 주삿바늘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장점을 부각해 시장 점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제악·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경구제 개발을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 릴리는 마운자로 등 글로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 주사제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위고비가 지난해 10월 출시됐고 마운자로는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나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최근 노보 노디스크는 GLP-1 계열 경구제 리벨서스에 대한 비만 적응증 승인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했다. 리벨서스는 제2형 당뇨병을 적응증으로 2019년 FDA의 허가를 받아 출시된 상태다. 이번에 비만에 대한 적응증을 승인받으면 전 세계 첫 GLP-1 계열 경구용 비만치료약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다.
릴리 역시 GLP-1 계열 경구제 후보물질 오포글리프론을 개발하며 노보 노디스크를 추격하고 있다. 오포글리프론은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 혈당 조절이 불충분한 2형 당뇨병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시험에서 당화혈색소(HbA1c) 감소와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릴리는 제2형 당뇨병과 비만 등을 적응증으로 FDA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두 회사가 경구제에 대한 FDA 허가를 획득하면 비만치료제 글로벌 시장에서 초격차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GLP-1 계열 경구제 개발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빅파마가 적지 않아서다. 화이자는 최근 ‘다누글리프론’의 1상을 진행하면서 효능 및 내약성 등 경쟁력을 확인했지만 임상 참여자 중 1명에게서 간손상 징후가 발생해 개발을 중단했다.
암젠은 ’AMG 786’의 1상을 진행한 이후 지난해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개발 중단을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주사제로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마리타이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해당 물질은 월 1회 투약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주 1회 투약하는 기존 제품 대비 투약 주기를 연장해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비만치료제 분야 후발 주자인 국내 업계에는 임상 1상 단계의 초기 후보물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GLP-1 계열 경구제 후보물질 DD02S를 개발했다. 디앤디파마텍은 2023년 4월 DD02S와 DD03(경구용 삼중작용제) 등 3개 제품에 대해 미국 파트너사인 멧세라와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고,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GLP-1 계열 경구제 후보물질 ID110521156의 국내 1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1상 단회 용량 상승(SAD) 시험을 마쳤으며, 같은 해 8월 1상 다중 용량 상승(MAD) 시험 계획을 승인받아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한미약품, 대웅제약, 삼천당제약 등이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에 착수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통해 비만치료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웅제약은 경구제와 마이크로니들 패치 등의 제형을 개발 중이다. 삼천당제약은 자체 개발 에스패스(S-PASS)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주사제를 경구제로 전환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어 기업들의 신제형 개발 경쟁도 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매출은 2023년 약 66억8000만 달러(약 9조6472억 원)를 기록했고, 성장세를 거듭해 2028년에는 약 480억3000만 달러(약 69조3649억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