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보다 6개월 예금 이자 더 준다”...은행 단기 수신 쏠림 심화

은행 예금상품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예치 기간이 길수록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지만 최근 들어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6개월 만기 상품보다 되레 높아졌다. 예테크(예금+재테크)족도 장기보다 단기 예금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최고금리 기준)는 연 2.68%로 집계됐다. 반면 36개월 만기 예금의 평균 금리는 연 2.53%였다. 6개월 단기가 3년 장기보다 금리가 더 높은 상황이다. 기본금리도 6개월 단기가 3년 장기보다 높았다. 6개월 만기 예금의 기본금리는 평균 연 2.41%로 3년 정기예금 평균금리(2.30%)보다 높다.

대표적으로 BNK부산은행의 ‘LIVE 정기예금’ 상품은 6개월 기준 최고금리가 2.6%로 3년 만기 최고금리(2.0%)보다 0.6%포인트(p) 높았다.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도 만기 6개월 최고금리가 3년 만기(2.5%)보다 0.15%p 높은 2.65%였다.

신한은행 ‘쏠 편한 정기예금’과 우리은행 ‘WON 플러스예금’ 상품도 만기 6개월 최고금리는 각각 연 2.6%, 2.68%로 3년 만기 금리보다 0.1%p, 0.18%p 높았다.

이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장기 예금에 대한 은행권의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장기 금리를 높게 유지할 경우 향후 금리 하락 시 고금리를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금융소비자로서도 현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단기 예금이 장기보다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은행들은 금리 인하 전 단기 자금을 운용하려는 고객 수요에 맞춰 단기 예금 금리는 올리고 장기 예금 금리는 오히려 낮추는 것이다.

단기 예금에 자금도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예금은행의 6개월 미만 단기 예금 잔액은 206조456억 원으로 전월(198조644억 원) 대비 10조 원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2년 이상 장기 예금 잔액은 59조518억 원에서 58조2105억 원으로 8413억 원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단기 예금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은행권이 장기 예금 금리를 낮추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대출 수요 둔화도 꼽힌다. 연초부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면서 은행의 대출 확대 여력이 줄어들었다. 예금을 공격적으로 끌어올 필요성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5대 은행도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지난해 14조6800억 원에서 올해 14조305억 원으로 축소한 바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다음 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고, 연중 추가로 1~2회 더 인하가 점쳐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실제로 내려가면 은행권 전반의 수신금리도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자금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 위주의 금리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수신 전략을 단기로 맞추고 있다”며 “현재는 고객 수요에 맞춰 단기 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흐름이지만 향후 시장금리가 하락하게 되면 단기 금리도 빠르게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