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다변화 열쇠 ‘글로벌 사우스’에 주목 [2025 ‘코피티션’ 下]

경제안보 새 요충지 부상…생산기지 넘어 광물 공급
생존·성장 동시에 모색 가능…협력 채널 구축해야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코피티션’(Coopetition, 협력과 경쟁의 합성어)이 기업경영 생존 전략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동종 업계간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코피티션이란 용어가 학계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6년 베스트셀러 저서 ‘코피티션’을 통해서다. 이후 30여 년간 다양한 형태로 확산된 코피티션은 최근 대내외 복잡한 경영 환경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경쟁사와 협력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불확실성 시대에 기업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돌파구다. ‘적과의 동침’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합종연횡이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배경과 기업들의 코피티션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남반구 국가)’가 한국 경제안보의 새로운 요충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세 전통적 강대국 중심의 협력 전략에서 벗어나 신흥국과의 다층적 네트워크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사우스와의 전략적 협력이야말로 한국이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모색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2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사우스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8%, 전 세계 인구의 62%, 세계 무역 규모의 약 30%를 차지한다. 통상 유엔 회원국 중 개발도상국 그룹인 G77 소속 133개 회원국으로 유엔 전체 회원국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이 지역은 자원, 인구, 비용 경쟁력 등에서 주목할 만한 강점을 갖추고 있어 향후 한국의 수출시장, 생산기지, 자원 수입처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우방국 확보 경쟁 속 지정학적 중간지대인 글로벌 사우스는 블록화 대응 측면에서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최근 우방국을 중심으로 ‘프랜드쇼어링’(friend-shoring, 우방국으로의 이전)이 진행되면서 교역의 분절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중국이 비관세 무역장벽(기술 규제 등 관세에 의하지 않는 수입제한조치)을 강화해 프렌드쇼어링 할 경우 우리나라의 GDP가 약 4%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이 실리외교를 추구하며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입지를 다져가는 글로벌 사우스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글로벌 사우스는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 핵심자원 공급처로서도 전략적 가치가 크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글로벌 사우스 중견국가의 인건비는 중국을 밑돌아 제조 경쟁력이 높고, 첨단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자원도 풍부해 중국 외 수입처 다각화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들과 협력하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경쟁국들이 앞다퉈 글로벌 사우스와 손잡은 배경이다. 미국은 2017년 일본, 인도, 호주와 안보협의체 ‘쿼드’(QUAD)를 만들었다. 중국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주베키스탄이 람여하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운영 중이다. 일본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인도 등과 협력을 강화하는 외교·안보전략으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자원 무기화 등 경제안보 리스크가 증대되는 상황에서 보다 선제적이고 구조적인 협력 채널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수출·투자시장 다변화 노력과 함께 중장기적 관점으로 글로벌 사우스와의 포괄적 경제협력 채널을 구축해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미중 갈등, 보호무역주의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축의 전환이므로 글로벌 사우스 내 우리나라 교역 및 투자의 현주소를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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