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컬리 협업ㆍ배송 세분화 등 쇼핑 사업 확대
국내 이커머스 중 거래액ㆍ점유율 쿠팡에 유일 대적
‘쿠팡 뛰어넘기’ 반신반의…네이버 “차별성 충분”

국내 포털사이트 1위 네이버가 쇼핑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 쿠팡을 위협하고 있다. 두 업체의 시장 점유율 차이가 2%포인트(p) 수준에 불과한 만큼, 향후 이커머스업계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지 주목된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새벽배송 전문 컬리와 협업해 신선식품을 강화하고, 배송 종류도 세분화해 기존 도착보장 서비스를 ‘네이버배송’으로 리브랜딩 하는 등 이커머스 사업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컬리와의 협업을 통해 네이버는 그간 취약점으로 꼽힌 신선식품 부문에서 경쟁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플러스스토어’에 컬리가 공식 입점, 신선식품과 퀵커머스 등 전방위로 협업한다는 구상이다. 아직 양사 논의 단계지만, 컬리 제품을 단순 판매하는 것을 넘어 양사가 협업해 차별화한 제품을 내놓는 등 다양한 전략을 고심 중이다. 새벽배송이 최대 강점인 컬리가 네이버플러스스토어 입점사 상품을 대신 배송하는 물류분야 협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12일 자체 별도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출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오픈마켓’ 사업을 공식화했다.
네이버는 포털사이트 특성을 살려 그간 홈페이지와 네이버 앱 상에서 검색 연계 방식으로만 쇼핑 사업을 해왔는데, 이번에 자체 앱을 론칭하면서 보다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각오다. 반응은 이미 뜨겁다. 20일 기준 앱 다운로드는 안드로이드 버전과 애플 iOS 버전을 합쳐 500만 건을 돌파했다.
물류 서비스도 일찌감치 손봤다. 2월 도착보장 서비스를 네이버배송으로 재단장해 △오늘배송 △내일배송 △일요배송 △희망일배송 등으로 세분화했다. 네이버 도착보장은 2022년 처음 선보인 서비스로, 약속한 날짜에 상품을 받지 못하면 네이버페이 포인트 1000원을 지급한다.
네이버가 최근 쇼핑사업 경쟁력 강화에 의욕적인 것은 국내 이커머스 중 유일하게 쿠팡에 대적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기준 네이버의 총거래액(GMV)은 50조3000억 원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이 추산한 지난해 쿠팡의 GMV는 55조861억 원 수준이다. 쿠팡을 제외한 이커머스 G마켓(약 14조 원), 11번가(약 7조 원), SSG닷컴(약 6조3000억 원), 알리익스프레스(약 3조7000억 원), 컬리(약 3조 원) 등의 GMV를 합친 것보다 1.5배 많다.
시장 점유율도 쿠팡과 근소한 차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이 242조 원인데, 거래액 기준 시장 점유율은 쿠팡 22.7%, 네이버 20.7%로 각각 추산돼 단 2%p 차이다.
다만 이커머스 업계에선 로켓배송을 앞세워 10년 넘게 시장 입지를 탄탄히 다진 쿠팡을 네이버가 단번에 넘어설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있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컬리 협업이 시너지는 있겠지만, 컬리 제품 판매 이상의 확장성이 없다면 한계가 분명하다”며 “네이버플러스스토어가 향후 투자를 통해 타사보다 차별화한 서비스나 변화를 만들어낼 지 지켜볼 단계”라고 말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컬리와의 협업으로, 그동안 약점이던 신선식품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컬리의 GMV가 3조1000억 원인 점, 네이버쇼핑의 수수료율 3~4%를 고려했을 때 단기간 유의미한 실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네이버플러스스토어 관계자는“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네이버만의 차별성이 있다”면서 “고객 유치를 위해 넷플릭스, 쏘카 등과 제휴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유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향후 고객의 생애주기에 맞춰 맞춤형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